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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승 골프칼럼] (25) US오픈을 보며 줄곧 떠오른 한국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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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스폰서 없이 성공적으로 치러진 제120회 US오픈이 열린 뉴욕의 윙드풋 골프클럽. [사진=USGA]


지난 주에는 제 120회 US오픈이 개최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48시간 동안의 생중계 방송을 통해서 최고 수준의 골프와 역사적인 장면들을 즐길 수 있었다. US오픈은 당초 6월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9월로 연기하여 개최되었다. 1895년 제1회 대회를 시작한 이래 제1차 세계대전 (1917-18년)과 2차 세계대전 (1942-45년)으로 개최가 중단 된 적이 있지만, 아무리 어려운 국가적 문제가 생기더라도 125년 동안 빠지지 않고 개최되었다.

대회를 주관하고 주최하는 미국골프협회(USGA)는 무관중의 대회를 완벽하게 진행했는데 대회코스에는 단 한 개의 광고판도 보이지 않았다. USGA는 광고 수입도 없이, 그리고 20만명에 달하는 갤러리의 입장수입도 없이 TV 중계권 수입과 자체 기금 만으로 총 상금 145억원을 준비하여 US오픈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나갔다.

우리나라 최고의 역사와 전통을 인정받으며 US오픈과 같은 상징성을 가진 대회는 역시 한국오픈이다. US오픈과 한국오픈을 비교해 보면 미국골프협회(USGA)와 대한골프협회(KGA)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USGA가 대한골프협회보다 70년이나 먼저 설립되었고 미국이 세계골프산업의 중심임을 감안하더라도 대한골프협회의 파워는 너무나 미약하다. 개개인의 한국선수들이 세계골프대회를 주름잡으며 약진하고 있으며 4백만 명이 넘는 골프 인구를 거느린 신흥 골프강국으로서의 위상은 찾을 수 없다.

한국오픈을 주관하는 대한골프협회는 금년의 한국오픈을 취소했는데 골프팬과 선수, 그리고 미디어의 계속되는 개최 요청에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다. KGA가 주관하는 한국여자오픈과 매경오픈은 개최하면서 한국오픈 만 취소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공표하지도 않았다. 골프팬들이 추측하는 결정적인 사유는 상금을 후원하는 기업이 개최를 원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스폰서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뜻이란 말인가? 아니면 대한골프협회에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전통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가 없다는 의미인가?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선수들이 상금 없는 대회라도 출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대한골프협회는 묵묵부답이었다.

1965년 설립된 대한골프협회는 프로와 아마추어 골프를 모두 지원하는 골프계의 맏형으로서 한국골프 발전에 중대한 공헌을 하며 성장해 왔다. 그러나 과거 10년 사이에 더 이상의 발전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자력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도 개발하지 못했다. 한국오픈과 한국여자오픈 같은 내셔널 타이틀 대회의 개최를 스폰서 기업에 의존해 왔다. 대한골프협회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새로운 발전을 위한 동력을 찾아내야 한다. 대회의 스폰서가 없어서 상금이 대폭 줄어드는 아픔도 극복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현재 대한골프협회의 최고 경영자는 허광수 회장과 강형모 부회장이며 9년 째 협회를 이끌어 왔다. 그들은 대과 없이 협회를 이끌어 왔으며 금년 말에 임기가 끝난다. 대한골프협회는 전통적으로 재계에서 한 명의 회장 후보를 추대하고 100명이 넘는 선거인단의 찬반 투표로 당락을 결정했는데 결과는 만장일치로 당선되는 이상한 선거였다.

그러나 이제 명예직으로만 존재하는 회장으로는 경쟁력이 없다. 회장 후보로 복수의 인물이 경쟁해야 하며 회장으로서 추진할 정책과 대한골프협회 발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인물을 골라야 한다. 골프 전문가를 뽑는 것이 아니라 기업으로서의 대한골프협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탁월한 경영자를 골라야 한다.

머지않아 대한골프협회 차기 회장선거의 후보등록과 선거날짜에 관한 공고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골프팬들이 선거절차와 결과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새 회장이 제시한 정책과 비전을 따라가며 대한골프협회 발전에 도움을 보태기 바란다.

*골프 대디였던 필자는 미국 유학을 거쳐 골프 역사가, 대한골프협회의 국제심판, 선수 후원자, 대학 교수 등을 경험했다. 골프 역사서를 2권 저술했고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라는 칼럼을 73회 동안 인기리에 연재 한 바 있으며 현재 시즌2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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