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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산산책] 김구라의 경쟁력

김구라의 방송은 2004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2004년은 김구라가 KBS 2FM에서 ‘가요광장’ 진행을 맡았던 해다. 김구라는 2004년 전만 해도 인터넷에서 욕을 좀더 세게 해달라는 팬들의 요구를 받았다.

김구라에게 2004년은 TV는 아니지만 지상파 라디오를 통해 이미지를 개선할 기회를 얻었기 때문에 새로 태어난 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불량아빠클럽’ ‘스타골든벨’ 등을 통해 지상파 TV에서의 입지를 다져나갔다.

이후 김구라는 17년간 지상파와 케이블을 종횡무진 누볐다. 과거 발언에 의한 한 번의 방송 중단을 제외하면 기복 없이 잘나갔다.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의미다.

지금은 방송 수가 줄기는 했지만 경쟁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트로트 프로그램이 너무 많은 것이 한 원인이다. 트로트 예능에는 김구라가 들어갈 틈이 없다.

하지만 부동산 예능인 MBC 파일럿 시사교양 ‘돈벌래’와 가짜뉴스를 가려내는 KBS2 ‘투페이스’에서 능수능란하게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에서도 예의 센 질문을 날리는 ‘구라철’은 지상파(KBS)에서 방송되기도 한다. 김구라의 ‘뻐꾸기 골프 TV’는 여성 골퍼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다. 그는 골프에서도 최고 인기 유튜버다.

김구라의 방송에서의 경쟁력은 잡학다식을 바탕으로 독설과 시사토크에서 대체제를 찾기 힘든 예능인이라는 데서 나온다. 그럼 김구라의 그런 능력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나는 김구라가 양지로 나온 해인 2004년, 프레스센터에서 김구라를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이미 해답을 찾았다. 일상을 어떻게 보내냐고 물었다.

“경제지와 종합지를 합쳐 매일 3, 4종류의 신문을 본다. 뉴스와 칼럼을 읽고 논조와 견해를 크로스 체킹한다”고 했다. 이게 십수년간 쌓여서 김구라만의 강점이 생긴 듯하다.

그의 방송스타일은 지식과 팩트 읊어대기만은 아니다. 그것은 금세 식상해질 뿐이다. 여기에 자신만의 센스가 더해진다. 가령 남들이 묻지 못하는 연예인 건물주의 건물시세와 같은 세속적인 궁금증과, 연예인의 멘탈 등에 대해 좀더 깊이 있게 들어가 파악함으로써 자신만의 강점을 잘 확보했다.

그렇게 해서 김구라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게 생겼다. 여전히 김구라의 대체제는 없다. 김구라는 유튜브에서 정치토크쇼, 일명 ‘썰전 유튜브’ 같은 걸 해도 된다.

얼마 전 남희석이 김구라의 진행 방식을 저격한 건 김구라가 힘 없는 개그맨이 아닌, 좀더 권력 있는 곳을 향해 독설을 날려달라는 부탁이다. 김구라가 ‘라디오스타’에서 오랜 무명의 조세호를 언급해 띄운 것처럼 말이다.

플랫폼이 다양화되면서 연예인들도 적응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하지만 레거시 미디어와 유튜브에서의 능력이 완전히 다른 건 아니다. 문법이 다를 뿐이다.

미디어생태계의 경쟁력은 선호도(preference)와 적합도(fitness)에 의해 결정된다. 초반에는 선호도가 중요하다. 그래서 대중이 좋아하는 톱스타를 기용한다. 하지만 이 힘은 오래 가지 않는다. 갈수록 해당 콘텐츠에 적합한 자가 살아남는다. 미디어의 디지털화가 진행될수록 후자가 더 중요해진다.

코미디언들이 1인 미디어에 도전할 때, 레거시 미디어의 ‘개콘’이나 ‘웃찾사’의 인기와 전혀 상관없이 콘텐츠가 뜨는 경우가 있다. ‘웃찾사’의 정다운·한으뜸이 유튜브로 옮긴 ‘흔한 남매’는 구독자가 무려 207만여명이다. 이곳에는 적합성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이라면 김구라는 디지털생태계에서도 이미 적응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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