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헤럴드비즈] 국가채무가 재정 기능을 삼킬 수 있다

최근 국세가 잘 걷히지 않고 있다. 2020년 국세는 285조5000억원이다. 전년에 비해 8조9000억원이 줄어들었다.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도 각각 16조7000억원과 5조9000억원씩 덜 걷혔다. 경제상황이 나빴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이내에 국세가 이처럼 전년보다 감소한 것은 처음이다. 국가재정 운영의 적신호라고 할 수 있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2018년에 2.3%포인트(지방소득세 포함)를 인상한 바 있지만 2020년의 법인세는 되레 크게 감소했다. 증세한다고 법인세율을 올렸지만 오히려 법인세의 세수는 역으로 줄어든 것이다. 세율을 올려도 민간의 성장동력이 떨어지면 세수는 역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서는 기업살리기를 통한 세수 증대보다는 복지재원이 필요하다며 세율 인상 등을 통한 직접적 증세에 더 관심을 두는 인상을 주고 있다.

국세가 줄어들면 정부 지출도 멈칫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은 국세 감소의 추이에도 되레 재정지출 확대에 더 열을 올리고 있는 것 같다.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을 맞았다며 재정 상황과 재난 경중을 따지지 않고 전 국민에게 동일 금액을 나눠주는 보편적 재난 지원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또한 전 국민에게 항구적으로 매월 일정 금액을 나눠주는 기본소득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기본소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난제가 많은데도 망설임이 없는 듯하다. 선거 국면이라 하더라도 정치권은 차분한 분석과 통찰에 기반을 두길 기대한다.

재정지출의 규모는 국세징수액에 영향을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2020년 국세징수액은 285조4000억원이다. 이를 감안하지 않고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규모의 재난지원금 혹은 기본소득을 마구 꺼내 드는 것은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5000만 국민에게 1인당 연 1회 50만원을 재난지원금으로 주면 연간 25조원이 소요된다. 만약 1인당 매월 50만원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한다면 연간 300조원씩 매년마다 소요된다. 이 돈이 국민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등 당위성과 충분성은 더 따져 봐야겠지만, 최소한 국세징수액이 285조4000억원이라는 점은 판단의 기준이 돼야 한다.

코로나19 시국을 맞아 어려워진 국민을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국가재정의 수준과 규모를 넘어 결정할 수는 없다. 최근에는 국세징수가 여의치 않아 국채 발행을 통해 재원을 충당하고 있다. 매년 약 100조원씩 국채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고채이자비용도 덩달아 늘어나 2014년에 19조4000억원이었던 것이 2020년 20조9000억원, 2021년 22조70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세에서 차지하는 국고채이자비용의 비율은 2020년 6.4%에서 2021년에 8.0%로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들어서게 되면서 향후 국세 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국가채무가 2021년 945조원에서 2024년 1327조원이 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각각 46.7%에서 58.3%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가채무의 증가는 국고채 이자의 부담에 영향을 준다. 현재 1%의 국고채 이자율이 3%대로 상승하게 되는 시기가 되면, 우리나라의 국가재정은 국고채 이자로 인하여 심대한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다.

코로나19의 재난 지원은 금융비용 지원 등 선별적 접근이 더 요구된다. 재난 등 국가적 난국은 세금 중심의 국가 주도보다는 오히려 기업 중심의 민간 주도를 통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규제 혁파 및 조세 완화 등을 통해 민간의 성장동력을 키워줘 일자리 창출과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가재정은 국가 존망에 영향을 준다는 면에서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