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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속가능한 K를 찾아라 ②K팝] 공룡 VS 공룡…‘플랫폼 전쟁’
팬덤을 잡아라…빅히트 ‘위버스’ VS 엔씨소프트 ‘유니버스’
K팝의 독특한 특성…팬문화 이해 갖춰 콘텐츠 제공해야
유니버스 [클렙 제공]

이른바 팬더스트리(Fan+Industry) 시대다. K팝 산업의 ‘핵심 가치’로 떠오른 ‘팬덤’을 한데 모으기 위한 ‘공룡들의 전쟁’이 시작됐다.

최근 K팝을 움직이는 빅그룹이 소속된 대형기획사들이 손을 잡았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소속된 빅히트와 YG엔터테인먼트, 여기에 레이디 가가·아리아나 그란데 등이 소속된 세계 3대 음악그룹 유니버설뮤직이 힘을 실었다. 네이버의 브이라이브까지 가세해 빅히트의 팬덤 플랫폼 위버스가 몸집을 키웠다. 명실상부 K팝 업계를 압도하는 공룡 플랫폼의 탄생이다. IT기업 엔씨소프트와 자회사 클렙(Klap)도 ‘팬덤 비즈니스’에 뛰어들어 유니버스(UNIVERSE)로 맞서고 있다. 유니버스엔 아이즈원, 강다니엘, 몬스타엑스, (여자)아이들 등 총 11팀의 K팝 그룹이 합류했다. 지난달 론칭한 유니버스에는 사전 예약자만 500만명에 달한다.

K팝은 다른 장르의 음악과 달리 유독 공고한 팬덤을 가진다는 특성을 보인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90년대 1세대 아이돌 시절부터 K팝 팬덤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단체 행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라며 “이러한 정서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 팬덤에도 이식돼 한국의 K팝 팬덤을 따라가게 했다. 기획사 측에선 이들 거대 팬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공간을 만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K팝 플랫폼은 가수와 팬을 연결하는 앱으로, 이 공간을 통해 소통, 팬클럽 활동, 온라인 콘서트 관람, 티켓, MD 구매, 콘텐츠 시청 등 모든 활동을 할 수 있게 한다. 유니버스는 여기에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을 표방, 음악부터 예능 콘텐츠까지 제작한다.

‘팬덤 비즈니스’는 K팝 산업의 핵심이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이들이 플랫폼을 만든 배경에는 팬덤이 만들어내는 경제 효과에 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팬덤 경제의 규모는 7조9000억원에 달한다. 방탄소년단이 지난 10월 개최한 온라인 콘서트 ‘맵 오브 더 소울 원’(Map of the Soul On:e)은 티켓 매출만 492억원(투어링 데이터), 굿즈 등 추가 매출을 포함하면 559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집계됐다. 이 모든 것이 위버스를 통해 이뤄졌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학 교양학부 교수는 “개별 아티스트와 팬덤의 힘이 강력해지며 콘텐츠 제작과 홍보 창구가 된 방송사, 음원 유통권을 가진 통신사에 있던 음악산업의 헤게모니가 기획사로 넘어온 것”이라고 봤다. 플랫폼의 선점이 산업을 이끄는 힘이 되고 있다.

유니버스 [클렙 제공]

K팝 플랫폼에선 지금까지 구현 가능한 신기술이 총집결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온라인 콘서트에 적용되는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등의 신기술은 물론 가수의 목소리를 활용한 AI보이스로 가상 통화 서비스(유니버스)도 등장했다. 다만 신기술을 활용한 서비스의 만족도는 떨어지는 편이다. 특히 AI보이스는 기계음의 불편함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규탁 교수는 “기술적 부분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플랫폼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면 음악 문화와 팬문화에 대한 이해가 갖춰진 상태에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팝 플랫폼의 출시는 앞으로도 가속화되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금도 팬덤 대상 플랫폼이 개발되고 있고, 더 많은 플랫폼이 나올 예정”이라고 귀띔한다.

전문가들은 이들 플랫폼이 K팝 충성 고객을 만들거나, K팝의 확산을 도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민재 평론가는 “기존 매체를 통해 K팝을 접한 사람들이 새로운 팬으로 유입돼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넘어갈 수 있는 역할을 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이규탁 교수는 “지금의 음악 소비는 시대의 아이콘이 등장해 앨범 몇 천 만장을 파는 것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라며 “응집력과 충성도 높은 팬덤과 이들을 결집시킨 플랫폼이 K팝을 확산하는 역할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장우 경북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K팝 플랫폼을 통한 신기술의 적용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K팝 산업의 성장 지속을 위해서 신기술의 활용이 중요한데 AI나 증강현실 등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플랫폼을 중심으로 적용되고 있다”라며 “한류를 주도한 팬덤의 현상을 한 공간에 모은 플랫폼에 기술을 결합해 시장을 선도하고, 나아가 가상세계에서까지 활동하는 아이돌의 등장으로 확장하는 것이 K팝이 그려갈 미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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