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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와 성(性)] 지루도 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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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날의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 이름과 몸이 일치한다면 이보다 더 부러울 수는 없다. 사진=아스날 홈페이지

스포츠 중계를 보다 보면, 해외 선수들의 이름 때문에 ‘피식’하는 웃음을 지을 때가 가끔 있다. 프랑스의 축구 선수 올리비에 지루도 그렇다. 처음 이 선수가 우리 나라 언론에 이름을 오르내릴 때, 덧글에는 한결 같은 반응이 일곤 했다. ‘부럽다’, ‘여성팬이 많을 것이 분명하다’ 등등.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그의 이름이 짓궂게도 늦은 사정을 의미하는 지루와 같아서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골프에서 비슷한 비유를 찾아 보면 지루는 어드레스 동작에서 웨글 등으로 지나치게 시간을 많이 끄는 경우와 연결될 수 있겠다.

사실 진료를 보다 보면, 가끔씩 이 지루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분들을 만나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조루를 호소하는 분에 비해서는 그 수가 현저히 적다는 것이다. 조루나 지루 역시 어떻게 보면 과연 이것이 생물학적으로 질병에 해당하는지 애매한 경우에 속한다. 오히려 조루 같은 경우는 야생 동물의 기준으로 본다면 종족 보존에 더 바람직한 형태일지도 모른다. 포식자나 각종 자연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야생 동물의 경우, 빠른 시간에 짝짓기를 끝내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의 경우는 다르다. 사람의 성관계는 단순한 종족 번식의 수단을 넘어서 남녀간의 사랑이라는 감정적 측면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종 의학자들과 학회에서도 파트너 간의 충분한 만족을 얻지 못하게 하는 조루나 지루를 일종의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이 요즘의 추세이다.

그렇게 보면, 인간에서는 지루보다는 조루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 반면, 동물의 입장에서는 조루보다는 지루가 더 불리한 상황에 해당하는 것 같아 흥미롭다. 지루는 ‘사정 불능’이나 ‘사정 지연’ 등으로 불리기도 하며, 통상적인 성적 자극에도 불구하고 오르가즘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사정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명확한 시간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특별한 원인이 없는 경우가 더 많으나, 간혹 성선이나 갑상선 등의 내분비적인 문제나 골반 혹은 전립선 수술이 그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약물이나 수술 요법 등이 개발되어 있는 조루와 달리, 지루의 경우에는 사실 뾰족한 치료 방법이 개발되어 있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행동 치료로서의 성치료를 통해 치료를 극복하려는 방법이 제시되어 있다. 약물의 경우에는 파킨슨병이나 불안 장애 등에 사용되는 정신과적 약물의 효용성이 제시된 바 있으나 아직 일반화되지는 않은 실정이다.

생명체의 진화의 과정과 인간의 바람은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인간이 단순한 동물적 본능 이상의 것을 추구하는 고등동물이기 때문이다. 지루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그 절대적 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지루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아직까지는 뾰족한 치료법이 개발되어 있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발기 부전의 비아그라처럼 지루에서도 효과적인 치료약이 개발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준석(비뇨기과전문의)

*'글쓰는 의사'로 알려진 이준석은 축구 칼럼리스트이자, 비뇨기과 전문의이다. 다수의 스포츠 관련 단행본을 저술했는데 이중 《킥 더 무비》는 '네이버 오늘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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