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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싱판 페스탈로치’ 예산의 박봉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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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눈빛으로 선수를 지도하고 있는 '복싱판 페스탈로치' 박봉관 관장.


올해도 벌써 전국대회 금메달이 2개 나왔다. 4월 연맹회장배에서 조세형이 핀급(-46kg), 정문식(이상 18, 예산고3)이 미들급(-75kg)에서 나란히 우승한 것이다. 이후 6월 소년체전에서도 최승찬(예산중3)이 은메달을 땄다.

작은 시골의 복싱코치가 이뤄낸 성적이 대단하다. 더 놀라운 것은 올해만 이런 것이 아니라 1998년 그가 지도자생활을 시작한 이래 소년체전 금메달이 10개, 전국체전 금메달이 5개, 그리고 다른 전국대회에서는 40회에 육박하는 우승자를 배출했다는 점이다. 이쯤 되면 웬만한 시도의 성적과 맞먹는다.

주인공은 충남 예산복싱체육관의 박봉관 관장(47). 1991년 전국체전 은메달, 1991년 프로복싱 신인왕, 1995년 웰터급 동양챔피언(OPBF) 등 정상급 복서(프로통산 14전 12승 7KO 1무 1패)로 활동한 그가 지도자로 변신 후 남긴 성적은 이처럼 화려하다. 국가대표가 된 전병국(서울시청), 한체대를 졸업한 정성철, 강문구(소년체전 금메달), 김기원(한국체대), 윤경한, 조문행(이상 서울시청) 등 수많은 대표급 선수를 배출했다. 특히 인구가 8,000명이 조금 넘는 덕산에서 중학교 코치를 할 때 숙직실을 숙소로, 가사실습실을 식당으로 개조하며 전국대회 우승자를 배출한 것은 이미 전설이 됐다. 복싱 칼럼을 쓰고 있는 그의 선배 조영섭 관장은 이에 대해 “마치 사회인야구 출신을 프로야구 1군선수로 만든 격”이라며 극찬했다.

으라차차 박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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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올해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정문식, 조세형, 그리고 박봉관 관장.


박 관장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단지 성적이 뛰어나기 때문만이 아니다.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학교폭력 등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복싱을 통해 삶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가르치는 방식도 함께 침식을 하며 아이들과 격의 없이 지낸다. 어려운 가정환경에 처해 있던 조해성-해동 형제를 자식처럼 키워 대표급 선수로 키워낸 것은 유명한 일화다. 조해동은 소년체전 2연패(2008, 2009)를 달성했고, 현재 한체대 3학년으로 국내 정상급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형 조해성도 한체대를 나와 예산고 복싱코치를 맡고 있다.

박봉관 관장의 스토리는 2010년 ‘으라차차 박관장’이라는 타이틀로 EBS의 다큐프로그램으로 제작됐고, KBS의 ‘아침마당’ 등 다수의 방송에 소개됐다. 또 예산 출신으로 KBF(한국권투연맹) 수장을 맡고 있는 이인경 회장(61 한서개발 대표)이 승합차를 지원하는 등 일찍이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박 관장은 지난해 예산읍의 상가건물 한 층(180평)을 경매로 낙찰 받았다. 여기에 체육관은 물론이고, 자신의 살림집까지 함께 차렸다. 예산중, 십여 명의 선수들을 자식처럼 먹이고 재우면서 합숙시키기 위해서다.

“저는 복싱 하고 아이들 밖에 몰라요. 다이어트 복싱 같은 걸 해야 돈을 버는데 그러면 선수들을 못 키워요. 아이들에게 복싱을 가르치는 게 천직이고, 제가 가장 잘하는 일입니다.”

충청도 특유의 느릿한 말씨에 말수도 적은 박 관장은 복싱과 아이들 얘기만 나오면 눈이 빛났다. 애는 어떻고, 쟤는 어떻고, 대학은 어디로 보내려 하는데 말을 듣지 않고, 조금만 더 하면 정말 좋은 선수가 될 것이고...

복싱판 페스탈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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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부터 박봉관 관장을 후원해온 이인경 한국복싱연맹(KBF) 회장(왼쪽 두 번째)이 회식자리를 마련한 후 박 관장 및 선수들과 포즈를 취했다.


이쯤 되면 박 관장은 복싱코치 이전에 요즘 시대에 잘 볼 수 없는 참 스승인 셈이다. “알고 보면 나쁜 아이들은 없어요. 환경이 문제지요. 복싱은 자신과 싸우는 운동이에요. 역설적으로 복싱을 하면 함부로 주먹을 휘두르지 않아요. 집안 환경이 어렵거나, 학교 폭력에 연루된 아이들에게 어쩌면 복싱은 스포츠를 넘어 최고의 교육수단이 아닌가 싶어요. 마음을 열고 아이들의 입장이 돼서 비전을 제시하고 함께 땀을 흘리면 좋은 결과는 절로 찾아옵니다.”

시골코치 박봉관 관장의 복싱사랑, 아이사랑은 18년이 넘도록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그 결과도 빼어나다. 그래서인지 ‘복싱판 페스탈로치’라는 별명이 참 잘 어울린다. 그의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는 ‘복싱→학교폭력 접근금지’다. [헤럴드스포츠(예산)=유병철 기자 @ilnamhan]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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