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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데이>현대사의 비극 50여년만에 사필귀정 '조봉암사건'
클리셰(Cliche·진부한 표현).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잘했던 못했던, 단죄에 대한 변(辨)은 항상 역사였다. 진부하다 못해 질릴 지경으로 역사에 기대는 정치·경제인 투성이였다.

민초의 심정은 이념의 스펙트럼인 좌우를 떠나 안타까움으로 수렴됐다. 어느 누구도 역사를 끝까지 지켜볼 수 없기에 뻔뻔하게 연명하는 권력자를 제외하면 죽음, 사형 앞에 선 인간에 대해선 인지상정이 끼어들었다.

클리셰가 정의·과거사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임팩트 있게 살아났다. ‘나에게 죄가 있다면 많은 사람이 고루 잘 살 수 있는 정치운동을 한 것밖에 없다.’ 죽산(竹山) 조봉암 선생의 사형 직전 이 한 마디는 인지상정에 앞서 한국 현대사 50여년 간의 역사와 안타까움의 실체를 되짚게 한다.

정적(政敵). 정(政) 자(字)가 붙어 거대하게 보이지만, 인간사 다 같다. 적(敵) 자는 생존에 필수다. 연(戀)적이나 정적이나 다를 바 없단 얘기다. 1959년 7월 30일, 진보당 당수였던 죽산은 간첩 및 국가변란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 18시간 뒤 그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승만 전 대통령과 정면승부해 56년 이길 뻔 해서 정적이 된 탓이다. 농림부 장관을 역임했던 야당 당수가 간첩이 됐고, 국가변란의 주동자로 낙인찍혔고, 50여년이 흘렀다.

대법원. 2011년 1월 21일, 대법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죽산은 간첩죄와 국가변란죄에 대해 무죄선고를 받았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진보당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거나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했다고 볼 수 없고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결성됐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간첩 혐의에 대해서도 “유일한 직접증거인 증인 양모씨의 진술은 육군 특무부대가 일반인을 영장 없이 연행해 수사하는 등 불법으로 확보해 믿기 어렵고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대권을 앞두고 이 전 대통령을 대중적 지지도로 위협한 게, 맞다고 생각하는 걸 얘기하는 게 죽음을 맞이할 만큼 잘못된 일인가에 대한 답을 이제서야 후세가 한 것이다.

죽산에 대한 판결은 21세기를 사는 민초에게도 영향이 미친다. 지금도 우리 사회 곳곳에선 정치·경제 분야를 막론하고 필부까지도 정적, 연적 따위를 거론하며 상대방을 헐뜯는다. 타협의 여지는 없다, 그래서 죽산의 마지막 한마디, ‘많은 사람이 고루 잘 살게…’라는 말은 비극의 현대사가 다사는 되풀이 돼선 안된다는 걸 모두에게 알려준다. 클리셰에 갇혀 용도폐기된 줄 알았던 역사는 정말 평가를 한다.

<홍성원 기자@sw927>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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