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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문제 얽힌 잇단 청부살해…‘물질주의 매몰 사회의 민낯’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금전문제, 갈등, 살인교사 등 영화 속 설정으로 나올 법한 청부살해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연달아 발생한 사건은 모두 당사자들이 금전관계로 갈등을 빚다가 살인이란 극단적 수단까지 동원한 것으로, 그 살인조차 돈을 매개로 타인의 임무로 넘어갔으며, 그 역시 아무 원한도 없는 상태에서 돈을 받고 실제 행동으로 옮긴 것이었다. 물질주의에 매몰된 사회의 민낯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살인교사 및 살인 등의 혐의로 S건설 사장 이모(54) 씨와 조선동포 김모(50) 씨, 브로커 이모(58) 씨 등 3명을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씨는 브로커 이 씨와 조선족 김 씨에게 소송 상대방인 K건설 사장 A(59) 씨를 살해하라고 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조선족 김 씨는 지난 3월20일 오후 7시20분께 강서구 방화동의 한 건물 1층 계단에서 A 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브로커 이 씨는 사장 이 씨와 김 씨를 연결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역시 돈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돈 문제로 소송을 벌이다가 결국 살인이라는 최악의 수단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S건설 사장 이 씨는 2006년 K사가 맡은 경기 수원 아파트 신축 공사에서 70억원짜리 토지 매입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부지 매입을 다 하지 못해 결국 계약이 파기됐다. 이 때문에 손실을 본 이 씨와 A 씨는 최근까지 각종 민ㆍ형사상 소송을 냈다. 결국 이 씨는 브로커 이 씨를 찾아가 돈을 제시하면서 사람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브로커 이 씨는 체육 행사에서 알게된 조선동포 김 씨를 불러 범행을 제안했다. 김 씨는 한국에 사는 가족을 만나러 2011년 입국했지만, 노무가 불가능한 비자를 받은 터라 돈에 쪼들린 상태였다. 중국에서 체육 교사까지 했던 김 씨는 결국 3100만원을 받고 범행을 저질렀다.

이 사건 직전 발생했던 ‘김형식 서울시의원 사건’도 돈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수사당국은 당시 재력가 B 씨에게 로비 자금 5억원을 받았다가 일처리가 지연되면서 압박을 받은 김 의원이 B 씨의 살인을 교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살인을 직접 감행한 C 씨는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예전에도 청부살해 사건은 종종 발생했고 금전관계가 꼬이면서 살인으로 이어진 과정은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은 아니다”면서도 “당시는 조직폭력배 등에 돈을 건네고 살인을 사주하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엔 이와 달리 생활고에 몰린 조선동포나 경제적으로 궁지에 일반인에게 살인을 시켰고, 이들 역시 수락했다는 특징이 있다”고 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돈 때문에 살인을 시킨 사람이나 돈을 받고 살인한 사람이나 물질주의에 빠진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며 “돈 받고 사람을 죽이는 영화 속 킬러가 현실에 등장하는 것은 공권력이 혼란 중일 때나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했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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