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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가 다녀오자마자 또 여행 떠날 채비…
덜먹고 덜입는 대신 여행으로 스트레스 푸는 젊은 직장인들 갈수록 증가
#. 자동차업계에서 근무하는 김모(29) 씨는 자칭 타칭 진정한 ‘여행족’이다. 바쁜 업무 속에서도 틈틈이 여행을 즐겨, 3년 간 다녀온 데만 하와이, LA, 마카오, 홍콩, 오키나와 등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다. 휴가를 사용하기 세 달 전 부터 휴가 날짜와 장소, 테마, 비행기표 등을 예약하는 것은 기본이다. 김 씨는 “하계휴가 때도 자주 가지만, 상ㆍ하반기에 연차를 써서 비수기 때 여행을 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상사에게 눈치보랴, 업무에 치이느랴, 쌓여만 가는 스트레스를 ‘휴가 한 방’에 풀려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차라리 덜 먹고 덜 입는 대신 국내외 여행을 떠나겠다는 것이다. 징검다리 휴일에 연차를 붙여 주말을 이용해 다녀오거나, 여름 휴가 다녀와서 곧바로 다음 휴가 준비를 하는 경우 적잖다.

직장인 박모(27ㆍ여) 씨도 오는 5월 징검다리 연휴를 맞아 중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겨울 휴가를 다녀온지 아직 4개월도 채 안 됐지만, 허리띠를 졸라 맨 덕에 이번에는 중국 후난성의 봉황고성으로 떠날 예정이다.

“직장 생활로 쌓인 스트레스를 여행으로 푸는 낙에 산다”는 박 씨는 “여행 계획을 짜며 D-day를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하루하루가 설레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들어 해외여행객은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1월 해외여행객 수는 전년동월대비 24.9% 증가한 183만4500여명을 기록했다. 월별 내국인 출국자수 역대 최대 규모다.

통상 ‘비수기’인 3~4월 여행객 수도 늘었다. 지난 3월 하나투어 이용 해외여행객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1% 증가했다. 4월 출발 예약자도 9만8000여 명으로 전년대비 28% 성장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지난 해의 경우 세월호 참사 여파로 정부에서 공무원들에 ‘연가 금지령’을 내려 비행기 표를 되파는 일이 벌어지는 등 해외 여행 수요가 전년대비 5~6%가량 하락했다”며 “하지만 올해는 젊은 여행족들이 늘면서 전체 해외여행객 수가 전년대비 20~30%가량 늘 것”으로 내다봤다.

값진 휴가인 만큼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놀이기구 타기’, ‘일주일 내내 서핑하기’ 등 테마를 잡고 ‘제대로’ 즐기는 직장인도 많다.

5년차 직장인인 명품브랜드 MD 김모(28ㆍ여) 씨도 “마냥 앉아서 쉬는 휴양지보다는 직접 발로 뛰는 여행을 즐긴다”며, “최근에는 스페인 카톨릭 문화 유산 답사를 다녀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씨는 여행에 다녀오자마자 9월 휴가를 대비해 벌써부터 왕복 140만원 상당의 유럽행 비행기표를 끊어놓은 상태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과로사가 세계에서 가장 많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에 중독된 우리 사회에서 여가를 찾으려는 욕구가 발현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하 평론가는 “이벤트 성 여행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과 취미를 병행하며 안정된 삶의 패턴을 갖는 게 건강한데, 평소에도 과도하게 일을 하면서 연휴 때가 되면 또 힘들여 특별한 곳으로 떠나려는 건 진정한 휴식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혜림ㆍ양영경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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