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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카 비상사태] ‘견문발검(見蚊拔劍)’… 국제사회, 모기와의 전쟁 나서나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지카 바이러스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가 바이러스 매개체인 ‘이집트 숲모기’를 잡기 위해 칼을 빼들 태세를 보이고 있다. ‘견문발검(見蚊拔劍)’은 하찮은 일에 지나치게 큰 대책을 세운다는 뜻의 사자성어지만, 한 해 75만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모기는 테러보다 더 큰 위협이라는 판단에서다.

지카 바이러스는 2일 하루 사이에만 새로운 국가에서 감염 사례가 나타나며 위력을 드러내고 있다. 2일(현지시간)에는 미국과 칠레에서 처음으로 감염 보고가 나왔고, 태국에서도 해외 경험이 없는 남성이 감염된 것으로 확진됐다. 니카과라에서는 임신부 발병 사례가 처음으로 나왔다. 호주에서는 감염자 발생은 물론이고, 시드니국제공항에서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가 발견돼 방역당국이 비상에 걸렸다. 온두라스는 첫 감염자가 나타난 지 불과 두 달도 안되는 사이 3600명이 넘는 감염자가 나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사진=게티이미지]

급기야 세계보건기구(WHO)는 역사상 4번째로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나섰지만, 바이러스를 막을 대책은 딱히 없는 상황이다. 백신 개발까지 수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지카 바이러스의 최대 공포인 ‘신생아 소두증’을 막기 위해서는 임신부에게 백신을 놓아야 하는데, 임신부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갤버스턴 의과대학 연구진은 “실험용 백신은 1~2년 내 준비될 수 있지만 접종하기까지는 10~12년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당장 사태를 진전시킬 방안으로 모기를 박멸하는 것이 유력하게 대두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진원인 브라질은 이미 ‘모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군부대까지 동원한 상태다. 인류는 역사상 단 한번도 모기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적이 없지만, 확산되는 공포 앞에서 다시금 ‘무모한 도전’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DDT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론된다. DDT는 레이첼카슨이 ‘침묵의 봄’이라는 책을 통해 그 유해성을 주장한 후 여러 나라에서 사용이 금지된 상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곤충매개질병부장인 라일 R 패터슨은 “어류나 야생 동식물이 입은 피해는 농사짓는 과정에서 무분별하게 DDT가 살포됐기 때문이지 집에서 해충을 죽이기 위해 소량을 벽에 분사하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과학적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영국의 곤충바이오기술회사 옥시텍은 성체가 되기 전 죽게되는 유전자를 가진 이집트 숲모기 수컷을 브라질에 방사하는 실험을 한 결과 야생 모기 유충을 80% 넘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소개했다. 또 불임 유전자를 가진 이집트 숲모기를 퍼뜨리는 방식도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들은 생태계에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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