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가 작가로서의 이름을 찾아준 작품이라면, ‘미생’은 바위에 이름을 판 것 같은 작품이에요.”

‘대한민국 직장인의 인생교과서’로 불리며 ‘미생 신드롬’을 일으킨 윤태호(48) 작가는 2일 ‘미생’ 시즌2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미생’의 자리를 이렇게 묘사했다.

드라마의 인기와 반향 덕에 ‘미생’시즌2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가운데, 시즌2의 무대는 전작을 이어 오 차장이 새롭게 설립한 중소기업에 장그래가 합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회계와 경영, 해외 비즈니스까지 중소기업 경영 전반과 그 속에서 한 몸으로 뛰는, 대기업과는 또 다른 미생들의 이야기다.

바둑에서는 맞수가 누구냐가 중요하다. 윤태호 작가에게 맞수는 경쟁 작가가 아니다. 그는 만화계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확장되고 융합되며 진화하는 현 콘텐츠 시장을 따라잡기가 버겁다는 얘기다.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신생무역회사 온길 인터내셔널은 시즌 1에서 낙오자가 된 영업3팀의 멤버들이 주축이 된다. 정의로운 상사였지만 내부고발자라는 불명예를 벗지 못한 오 차장, 믿음직한 사수였지만 승진 막차를 놓친 김 대리, 집중력과 끈기를 지녔지만 결국 정사원이 되지 못한 장그래가 다시 모인다. 작가는 이 작은 회사를 무대로 돈의 흐름이 어떻게 움직이고 경영과 해외비즈니스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꼼꼼하게 그려나간다. 또 결혼적령기인 장그래 4인방을 둘러싼 연애이야기도 펼쳐진다.

철저한 취재 위에 바탕한 현실감이 특징인 윤태호 작가는 회계사로부터 원포인트 레슨을 받는가 하면 무역보험공사에 수시로 들러 실감을 익히고 있다.

“퇴직금을 쏟아붓고 차린 회사, 온 가족이 걸린 회사를 위해 치부도 드러내가면서 대출을 받기 위해 상대방을 설득하는 걸 보니 창작자들은 흘린 땀에 비해서 많은 것을 가져간다는 생각이 들어요. 퇴직이 빨라지고 있는 상태에서 재취업 같은 사회안전망이 갖춰져 있는지 생각하게 되고요. 그런 걸 그려 타인의 삶을 목격하게 하고, 저기에 내 모습이 있구나 느끼게 하고 싶습니다.”

그런 현실을 냉담하고 자세하게 그리는 탓에 그의 작품은 비정하단 얘기를 듣는다.

그는 최근 만화의 확장성을 시험중이다. 게임 ‘미생’ 제작에 이어 차기작도 게임으로 제작할 예정이다.또 출판사 위즈덤하우스와 공동으로 출판사를 설립, 하이브리드 교양만화 100권짜리를 만들 참이다. 그 중 남극 이야기 만화는 드라마, 애니메이션, 뮤지컬로도 만들어진다. 해외에서도 읽힐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도 계획에 포함돼 있다.

“모든 채널이 열려 있는 상태에서 한 작품이 어디까지 사이즈를 넓힐 수 있는지 다양한 시도를 해볼 생각입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