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구효서(60·사진)씨가 중편소설 ‘풍경소리’로 문학사상이 주관하는 올해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구 씨는 10일 중구 정동 한 레스토랑에서 가진 수상 기자간담회에서,“이 상은 넌 계속 써도 되겠다, 넌 아직 더 살 수 있어, 라는 희망적인 선고 같은 것”이라고 상의 의미를 부여했다.

1987년 등단해 올해 꼭 30주년을 맞은 구 씨는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마디’가 당선, 등단한 후 오로지 소설로 생계를 이어온 전업작가다.

그는 “글 쓰기가 먹고 사는 일과 직결되기 때문에 좋은 작품을 써야 한다는 절박감도 있지만 안 쓰면 죽는다는 절박감으로 쓰고 있다”면서, “글 쓰는 양이 절대적으로 주는 동료나 선배를 보면서 위기감을 느낀다. 맨 손으로 절벽을 오르는 느낌”이라며, 등단 30년 전업작가의 현주소를 털어놨다.

그간 많은 상을 수상한 그이지만 이번 이상문학상은 남다르다.

1987년 등단과 함께 문학사상에 입사한 그가 처음 한 일이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만드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 때 대상작은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당시엔 대단한 선배 작가들이 타는 멀고 요원한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었지, 자신이 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다. 그는 “바로 그 책의 주인공이 됐다는게 드라마틱하지 않냐”며, 환하게 웃었다.

‘풍경소리’는 성불사라는 이름의 절간 풍경과 주인공 미와의 내면세계를 절묘하게 결합한 소설이다.

심사에 참여한 정과리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는 “성불사의 모든 사람들, 독자들의 인생마저도 몽땅 그곳의 풍경 속에서 청정히 씻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며 “요즘 같은 혼탁한 세상에 이렇게 맑은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기쁨”이라고 평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