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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집사들의 지침서
진중권에게 고양이 집사의 이미지는 얼핏 어색해 보인다.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천년의상상)는 그런 호기심때문에라도 일단 손이 간다. 책을 펼치면 우선 ’고양이 중심주의 선언’이 들어있다. “타자를 타자로 인정하지 못하고 꼭 ‘인간화’해버려야 성이 차는 버릇, 그걸 철학에서는 ‘인간중심주의’라고 하지 아마? 내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게 있다면, 이 인간 종족 특유의 고질병을 극복하자는 거야.”

화자는 그의 고양이 루비. 진중권이 존경하는 철학자 루트비히 요제프 요한 비트겐슈타인에서 따온 이름이다.


루비가 구술하고 진중권이 받아 적은 형식이다.

책은 고양이의 창세기부터 현대까지 동서양을 아우르며 역사, 문학, 철학에서의 재미난 고양이 이야기를 펼쳐낸다. 고양이는 고양이로 존재해왔는데 신세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고양이 사랑이 유별났던 고대 이집트인들은 고양이를 신의 현신으로 봤다, 고양이와 동일시된 바스테트 신은 장난기, 풍요, 모성, 여성성의 상징이었다.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중세에 들어서다. 고양이 숭배자들이 교회의 성체를 훔쳐서 더럽힌다는 얘기가 돌면서 ‘사탄의 동물’이란 오명이 붙었다. 마침내 16,17세기에는 유럽 전역에서 마녀사냥의변형으로 고양이 대학살이 벌어진다. 프레이저의 ‘황금가지’에는 파리의 한 광장에서 살아있는 고양이들을 바구니나 자루에 담아 장작더미 위에서 태워죽이며 축제를 벌이는 장면이 나온다. 고양이 태워죽이기가 축제의 유희였던 셈이다. 고양이가 다시 예쁨을 받기 시작한 건 브루주아의 등장이다. 그러나 고양이의 치명적 매력에 빠진 층은 당시 따로 있었다. 보헤미안, 즉모더니즘 문인과 예술가들이었다. 19세기 중반에 이르면 유럽지식층에서 고양이는 문학예술과 동의어가 된다. 시인 테오필 고티에는 “그 누가 저 빛나는 눈 뒤에 영혼이 없다고 믿을 수 있겠는가”고 노래했다. 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길들여지지 않는 고양이의 수난사와 치명적 매력은 인간 본성의 한 측면을 보여준다. 이윤미 기자/me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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