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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폰은 잘닦는데, 방청소는 않는 이유
스마트폰 닦기는 쉽지만 방청소는 힘든 탓
인간은 목표실현 가능성 높은것에 더노력
결정장애극복·야식충동·주식투자결정등
행동경제학자 일상속 고민 명쾌한 해설

빨래를 하거나 갤 때 누구나 없어진 양말 한 짝 때문에 짜증이 나거나 의문을 갖는 경험을 한다. 분명 같이 벗어놓았는데 도대체 한 짝은 어디로 간 건지. 이는 심리학자 댄 애리얼리에 따르면, 심리적 기제 탓이 크다. 즉 사람들은 양말 한 짝은 보이지만 다른 한 짝이 금방 눈에 띄지 않으면 ‘양말 한 짝이 없어졌네’라고 생각하고, 그리고는 정말 양말 한 짝이 없어졌다고 기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종류 혹은 어떤 색깔의 양말인지 정확하게 기억하진 않기 때문에 나중에 다른 한 짝을 찾더라도, 처음 눈에 띄었던 것과 같은 짝이라는 사실을 알아치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양말 한 짝이 어디로 갔을까? 양말이 왜 이렇게 자주 사라지는지 모르겠어”라고 혼잣말을 하고 만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기억이 작동하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는 말이다.

‘상식밖의 경제학’을 통해 인간의 의사결정과 행동에 숨은 비합리성을 탐구해온 행동경제학자 댄 에리얼리가 이번엔 심리상담가로 돌아왔다



월스트리트저널에 연재했던 독자 상담 칼럼을 한 권으로 담은 ‘왜 양말은 항상 한 짝만 없어질까’(사회평론)는 일상에 부딪히는 수많은 궁금증과 고민을 위트와 유머를 곁들여 시시콜콜 답변한 흥미로운 심리삼담서다.

독자들이 보낸 질문은 평소 누구나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들이 망라돼 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가 영화 1800편을 삭제하고 아주 좋은 영화 서너편을 추가한데 화가 난 한 질문자에 대해, 저자는 인간의 손실기피 성향을 일러준다. 실제로는 보지도 않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가 줄어든다는 사실이 손실로 인식되기때문에 아픔이 더 커지는 현상이다. 저자는 이런 마음의 작동방식을 알고 넷플릭스를 박물관처럼 이용하라고 권한다. 즉 소유하는게 아닌 전시물로 간주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열심히 닦으면서 방 청소는 안하는 이유는 뭘까. 이는 성공 가능성과 관련이 있다. 즉 방 청소는 100% 깨끗하게 만드는게 쉽지 않다. 또 힘도 너무 많이 든다. 반면 스마트폰은 완벽하게 깨끗하게 만드는게 가능하다. 목표가 실현 가능하면 일 자체를 즐길 수도 있다.

나쁜 결정을 내리는 ‘의사결정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저자는 습관의 중요성을 이해하면 ‘의사결정의 함정’에 빠져들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습관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자동적으로 행동하는 것으로 좋은 습관을 지니면 좋은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따라서 과식, 지나친 지출, 운전도중에 문자 보내기 등의 힘든 의사결정의 일부를 원칙과 습관화하면 톡톡이 효과를 볼 수 있다.

충동적인 주식투자자를 위한 조언도 있다. 정해 놓은 투자 원칙을 깨고 싶은 충동을 심리학용어로 ‘공감 간극 효과’라 한다. 손실 한도를 10%로 정해놓고도 5% 손실을 보게 되자 두려움을 느껴 주식을 모두 팔아치우는 행위 같은 것이다. 저자는 이런 경우에 대비해 감정적 자아가 뒤집을 수 없도록 재정전문가에게 요청하거나 심리적 자아를 깨우지 않도록 포트폴리오를 너무 자주 살펴보지 않도록 하라고 일러준다.

결정장애를 극복하는 방법은 선택지를 마련하는 것이다. ‘오늘 밤에 뭐하고 싶니?’라고 묻는 대신 친구들이 받아들일 만한 좋은 활동을 선택해 제시한 뒤, 제한 시간 내에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선택지 중 고르게하는 식이다. 이는 최적의 활동을 찾을 때에 시간을 나쁜 방식으로 낭비하는 걸 막아준다.

이 밖에도 밤만 되면 야식의 유혹에 무너지는 다이어터를 위한 해결방안, 뷔페에서 본전을 뽑는 방법 등 비이성적 행동을 적절히 다룰 묘안이 제시돼 있다.

인간의 선택과 행동이 비합리적이라는 사실은 대니얼 카너먼을 비롯한 여러 학자들에 의해 밝혀졌지만 댄 애리얼리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인간의 비합리성이 일관되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 일관성은 평소의 의사결정이나 대통령을 뽑는 중대한 결정 모두에 해당한다.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나 잘못은 인류가 가진 공통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희망의 단서가 있다. 비합리성은 일관적이어서 그 일관성을 통해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비합리성의 패턴을 이해하면 의사결정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따라서 우리의 사고와 행동 속에 숨은 비합리성을 깨닫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인의 사소한 이야기처럼 보이는 질문들이지만 모두에게 해당되는 보편성을 갖는 이유다.

전문적인 내용을 알기 쉬운 이야기로 풀어내는 저자의 능력과 배려와 위트의 글쓰기는 읽는 재미를 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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