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지중해 세계사(에릭 클라인 지음, 류형식 옮김,소와당)=기원전 15세기, 크레타 섬의 크노소스 궁전에서 발굴된 한 벽화는 독특한 기법과 양식을 보여준다. 벽을 조성할 때 물감을 바로 넣어 벽이 굳으면서 벽화가 완성되는 프레스코 양식과 소를 타고 넘는 등의 생동감 넘치는 그림은 이집트의 델에드다바, 이스라엘의 델카브리, 터키의알랄라크, 시리아의 콰트나 등지에서도 발굴된다. 이는 당시 지중해가 글로벌체제로 움직이고 있었다는 증표다. 글로벌화는 오늘날 하나된 세계를 일컫는 말이지만 무려 3000년전, 지중해 청동기 문명시기에도 세계는 하나로 엮여 있었다. 기원전 14세기 점토판에 새겨진 당시의 외교 문서를 보면, 국왕들끼리는 형과 아우 삼촌과 조카 같은 가족호칭을 사용했고 실제 결혼을 통해 혈연을 맺기도 했다. 왕실끼리 주고 받았던 선물은 국제무역이었으며, 무역을 장려하거나 경제제재를 가하기도 하는 등 글로벌 체제는 매우 복잡다단한 단계로 발전했다. 저자는 기원전 1177년 첫 세계화인 지중해 청동기 문명이 하나씩 무너져내린 과정을 살핌으로써 오늘날에 시사점을 던진다.
▶김치수 문학전집 3 ‘박경리와 이청준’(김치수 지은, 문학과지성사)=한국비평문학의 토양을 기름지게 하는데 기여했던 문학평론가 김치수의 문학이론과 평론집을 엮은 ‘김치수 문학전집’(10권) 중 세번째 비평집. 저자가 생전에 충실하고자 했던 ‘읽는 자’와 ‘동반자’라는 문학평론가로서의 역할을 만나볼 수 있다. 신군부의 집권 이후 ‘시국선언’으로 해직된 이후 집중적으로 당대 소설을 읽어낸 저자가 두 작가에게서 읽어낸 ‘당대성’과 ‘동시성’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다. 저자는 두 작가를 ‘한(恨)의 언어화’라는 말로 아울러낸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