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전승민 주알마티 총영사] 카자흐스탄의 역사 알기
◇전승민(59) △1986년 외교부 입부 △주독일 2등서기관 △감사팀장 △주아제르바이잔 공사참사관 △주앵커리지 출장소장 △주알마티 총영사

카자흐스탄은 국토의 면적이 272만㎢로 세계에서 9번째로 큰 국가이다. 카스피 해 북쪽에서 알타이 산맥에 이르는 국토의 동서 길이는 약 3000㎞에 달한다. 이 거대한 영토에 130여 개 민족으로 구성된 1800만여 명의 인구가 평화롭게 살고 있다. 석유, 가스, 우라늄, 텅스텐 등 에너지와 광물 자원이 풍부하고 우리나라와는 주 8회 항공기 직항이 운항되며 긴밀한 교류와 협력을 하고 있다.

필자는 2010~2013년 간 주아제르바이잔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카스피 해를 사이에 두고 카자흐스탄과 이웃한 국가이다. 당시 만난 카자흐스탄 외교관들이 우리와 비슷한 외모인 데 대해 놀랐고 아울러 이들이 어떻게 이렇게 거대한 영토에 살게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갖게 되었다. 특히, 과거 강력한 유목 세력의 근거지였던 내몽골, 다양한 왕조가 흥기 했던 타림분지, 그리고 융성한 불교문화를 자랑했던 티베트가 오늘날 독립 국가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카자흐스탄의 거대 독립 국가 유지는 궁금증을 넘어 경이로운 것이었다.

카자흐스탄은 지리적 위치에서 알 수 있듯이 고대부터 동서남북의 이동 중심지에 있다. 알타이산맥과 천산 사이로 이어지는 천산북로는 동서지역 간 교역로이자 유목민족들의 이동로였다. 유목 민족들은 이 통로를 통해 몽골 초원에서 카자흐 초원을 거쳐 남부 러시아 초원까지 쉽게 이동하였다. 흉노와 돌궐, 몽골이 그리했다.

흉노는 AD 91년 중국 후한의 공격을 받고 카자흐스탄 지역으로 밀려나 거주하다가 이후 동유럽으로 진출하여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은 훈족의 후예로 알려져 있다. 몽골 초원에서 흥기한 돌궐은 카자흐스탄 지역까지 영토를 넓히며 당시 비잔티움 및 페르시아 제국과 활발한 교류를 했다. 칭기스칸의 후손들은 흑해 북부와 남러시아 쪽으로 영토를 넓히며 카자흐스탄에 킵착 칸국을 건설했다.

카자흐스탄에 이렇게 강력한 유목국가들이 진출하였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들 유목 국가와 카자흐스탄 원주민 간의 관계와 오늘날 카자흐스탄의 정체성 형성 과정 등 카자흐스탄 역사에 대해 자세하고 체계적으로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카자흐스탄 국민들은 물론 카자흐스탄 역사에 대해 궁금해 하는 필자 같은 사람에게도 답답한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카자흐스탄 역사가 알기 어려운 것은 유목 민족의 특성상 자기들이 직접 쓴 역사 기록물이 많지 않고 그나마 있는 기록물도 중국이나 이란 등 주변 정주 국가들이 카자흐스탄 역사에 대해 지엽적으로 서술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카자흐스탄의 현재를 이끈 과거 주인공들의 삶과 역사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 카자흐스탄 국민들이 그 주인공들의 후손이라는 사실이다. 현재 카자흐스탄 국민과 과거 조상들의 관계를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으로 루(Ру)와 주즈(Жуз)라는 것이 있다. 루는 우리의 김, 박, 이씨 등 성씨와 비슷한 개념으로 볼 수 있고 20여개의 종류가 있다. 주즈는 루의 연합체이다.

이들 루에서 필자는 재미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루 중에는 나이만, 케레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들은 칭기스칸이 몽골 초원을 제패해 나갈 때 가장 강력한 저항 세력이었다. 비록 이들 부족국가는 패망하였지만 그 후손들이 살아남아 카자흐스탄에서 씨를 뿌리고 살고 있는 것이다. 나이만과 케레이 부족의 후손들이 카자흐스탄에 살고 있다는 것은 카자흐스탄의 과거 활동 영역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주즈는 일종의 지역 왕조의 개념으로 소주즈, 중주즈, 대주즈 3개가 있다.소주즈는 카자흐스탄 북서부, 중주즈는 카자흐스탄 중북부, 대주즈는 남부 지역에 세력을 갖고 있었다. 주즈의 기원과 정의는 학자들 간에 의견이 분분하나, 카자흐스탄 국가 형성에 큰 역할을 한 것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남긴 과거의 역사 기록물은 미미하지만, 카자흐스탄 국민은 누구나 루와 주즈에 속해있으며 이는 중요한 무형의 기록물이다. 카자흐스탄 각 국민을 통해 내려오는 이러한 루와 주즈는 지배자와 일반 백성들에 대한 과거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이를 잘 연구하면 카자흐스탄의 역사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