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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버트 테일러 가옥 ‘딜쿠샤’ 전시관 3·1절에 개관…79년 만에 일반에 개방
3·1 만세운동 해외에 첫 타전한 AP통신 기자
1923년 한국 거주 때 건립한 붉은 서양식 건물
복원 뒤 전시관으로 바꾼 딜쿠샤의 외관. [서울시 제공]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일제 강점기 3·1 운동을 가장 먼저 전 세계에 알린 미국인 앨버트 W.테일러가 서울에 지은 가옥 ‘딜쿠샤’가 전시관으로 조성돼 드디어 올해 3·1절에 일반에 활짝 문을 연다. 테일러가 일제에 의해 강제 추방된 1942년 이래 79년 만이다.

서울시는 딜쿠샤 복원 공사를 마치고, 오는 26일 정식 개관한다고 25일 밝혔다.

종로구 행촌동에 위치한 지하1층~지상2층의 붉은 벽돌집 ‘딜쿠샤’는 앨버트 W. 테일러(1875~1948)가 1923년 한국에 거주할 당시 건립한 서양식 가옥이다. ‘딜쿠샤’는 ‘기쁜 마음의 궁전’이라는 뜻의 산스크리트어로, 테일러의 아내 메리 L. 테일러가 붙인 이름이다. 2017년 8월 국가등록문화재 제687호로 등록됐다.

테일러는 1896년(고종 33년) 조선에 들어 와 평안도 운산 금광 감독관을 지내고 충청도의 직산 금광을 직접 운영한 광산 사업가였다. AP통신 임시특파원으로도 활동한 그는 3·1 운동과 제암리 학살사건을 해외에 보도해 일제의 만행을 국제사회에 알리는데 공헌했다.

1926년 화재 전 딜쿠샤. [서울시 제공]

특히 1919년 아내가 아들을 출산할 당시, 세브란스 병원 침상에 숨겨져 있던 3·1 운동 독립선언서 사본을 발견하고 갓 태어난 아들의 침대 밑에 숨겨 두었다가 일제의 눈을 피해 외신에 타전한 일화가 전해진다. 1942년 조선총독부의 외국인 추방령에 의해 테일러 부부가 추방된 뒤 딜쿠샤는 주인 없는 집으로 장기간 버러졌다.

서울시는 딜쿠샤 원형 복원을 위해 2016년 기획재정부, 문화재청, 종로구 등 관계기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고증을 거쳐 2018년 복원 공사에 착수, 지난해 12월 공사를 마쳤다.

전시관은 총면적 623.78㎡(지하 1층~지상 2층) 규모로 조성됐다. 내부 1·2층 거실은 테일러 부부 거주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나머지 공간은 테일러 가족의 한국에서의 생활상과 앨버트 테일러의 언론활동 등을 조명하는 6개의 전시실로 구성했다.

딜쿠샤 2층 거실을 복원한 모습. [서울시 제공]

딜쿠샤는 1920~30년대 국내 서양식 집의 건축기법과 생활양식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벽돌을 세워서 쌓는 프랑스식 ‘공동벽 쌓기(rat-trap bond)’라는 독특한 조적방식이 적용돼 한국 근대 건축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딜쿠샤 건축 복원 과정은 2층 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전시관은 매주 화~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6시까지 운영된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온라인 사전 예약(yeyak.seoul.go.kr)을 통한 해설 관람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1일 4회, 1회 당 20명까지만 입장할 수 있다.

한편 26일 오후 4시에 딜쿠샤 앞마당에서 조촐한 개관식이 열린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 김봉렬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장, 김영종 종로구청장 등이 참석하고, 딜쿠샤 유물 기증자이자 앨버트 테일러의 손녀인 제니퍼 L. 테일러(Jennifer Linley Taylor)가 함께 자리한다.

테일러 부부 거주 당시 딜쿠샤 2층 거실을 보여주는 옛 사진. [서울시 제공]

제니퍼 L. 테일러는 “딜쿠샤를 복원해 전시관으로 개관한 서울시에 매우 감사드린다”며, “이번 개관으로 한국의 독립투쟁에 동참한 서양인 독립유공자가 재조명받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서울시에 축하 말을 전해 왔다.

서정협 권한대행은 “딜쿠샤의 복원은 단순히 하나의 가옥에 대한 복원을 넘어서 근대 건축물의 복원이자 항일 민족정신의 복원으로서 큰 의미를 갖는다”며 “다가오는 3.1절 딜쿠샤가 전시관으로 시민들에게 개방되면 '희망‧이상향'이라는 딜쿠샤라는 이름 그대로 희망이 있는 살아있는 역사교육의 장으로 값지게 활용될 것이다”고 말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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