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의 성장주 지형도가 급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미국에 상장한 빅테크 기업을 국가 안보 조사 대상에 올리며 벌어진 이른바 ‘디디추싱 쇼크’로 인터넷·플랫폼주가 흔들리고 있다. 그리고 이 빈 자리를 친환경·전기자동차 산업의 기업들이 꿰차고 있다. 전문가들은 친환경·전기차 밸류체인 기업이 하반기 중국 증시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4월 12일~7월 12일) 중국 인터넷기업(플랫폼)은 평균 15% 하락을 기록했지만, 전기차 기업은 34.2% 상승했다.

중국 내 대표 플랫폼 기업인 알리바바(15.8%)와 바이두(15.8%) 등이 하락한 반면, 중국의 대표 전기차 기업인 비야디(BYD)는 4월 12일 163.46위안이던 주가가 전 거래일에는 266.48위안까지 63.0% 급등했다. 같은 기간 전기차 기업 리오토는 21.78달러에서 31.82달러로 46.1% 상승했고, 샤오펑과 니오 역시 각각 17.4%, 22.6% 상승하며 우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성장주의 엇갈린 흐름은 중국의 정책변화에서 기인했다. 지난 2일 중국 인터넷 관련 규율을 총괄하는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차량공유 플랫폼인 디디추싱에 대해 국가안보 조사를 발표했고, 규제 발표 당일 15.53달러였던 디디추싱 주가는 현재 11.16달러까지 28.1% 급락했다.

중국 당국의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공격은 전방위적이다. CAC는 지난 5일 트럭 화물 호출 플랫폼인 윈만만과 훠처방, 구인구직 플랫폼 BOSS즈핀 등에도 국가 안보 조사 방침을 밝혔다.

조사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이들 기업의 중국 교통·지리데이터가 자연스럽게 해외에 반출되면서 중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배경에서 이뤄졌다. 또, 중국 정부는 지난 7일 알리바바 텐센트 등에 반독점법 위반혐의로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중국 플랫폼주가 휘청이기도 했다.

주가가 급락하자 서학개미는 이들 인터넷·플랫폼 기업에 대해 ‘저가매수 기회’로 판단하고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에 따르면 서학개미는 이달 들어 홍콩증시에 상장한 텐센트, 디디추싱을 각각 1483만 달러(170억원), 1205만달러(138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매수에 신중할 것을 조언한다.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 당국의 규제 방향을 ‘플랫폼 기업 독과점 방지·데이터보안 규제를 통한 국가 안보 강화’라고 요약하며 추가 규제 발표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최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규제로 플랫폼 기업의 해외상장 중단 및 상장폐지 가능성도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정책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책 시그널을 기다려야할 시기”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전기차 기업은 탄탄한 내수 기반과 중국 정책의 수혜를 업고 고공행진 중이다. 최근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노후 차량을 전기차로 교환할 경우 최대 1만 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전기차 인도량 또한 전월대비 우상향 흐름을 기록 중이어서 향후 실적도 대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샤오펑의 인도량은 전년 동기 대비 617% 급등했고, 니오와 리오토의 인도량 역시 각각 116%, 321% 상승했다. 이에 중국 6월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14.6%로 월간 최대 비중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전기차 산업은 배터리에서 완성차까지 탄탄한 기술력과 내수 기반을 다지고 있어 미국의 무역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에서도 자유롭다는 평가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밸류체인이 인프라 확대와 정책 수혜를 등에 업고 하반기 주식시장을 이끌 것”이라며 “올해 중국 정부가 발표한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 발전계획 달성을 위해선 전기차 시장의 파이 확대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김용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