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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직불금 5조원은 미래를 위한 투자

정부가 농민에게 지급하는 직접지불금(흔히 직불금이라고 함)을 연 5조원으로 늘리겠다고 지난 6일 발표했다. 5조원, 옆집 애 이름은 아니다. 지금 2조4000억원을 쓰고 있으니 배도 넘게 늘리는 것이다. 5조원을 5000만 국민으로 나누면 직불금을 위해 한 사람이 해마다 10만원을 부담하는 셈이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왜 직불금을 주는 걸까? 원래 직불금은 유럽 사람들의 발명품이었다. 1990년대 초까지 중요한 농산물마다 가격의 눈금을 그어놓고 그 밑으로 가격이 내려간다 싶으면 정부가 자동 개입해 농산물을 사들여 가격을 유지해줬었다. 농민이 그것을 믿고 열심히 생산해서 자급률이 올라간 것까지는 좋았는데 도가 지나쳐 생산이 수요를 초과하니 가격 유지를 위해 엄청난 세금이 들어가게 됐다. 그래서 가격 보장 수준을 낮추고 그 대신 시장가격과 상관없이 일정 금액을 농민에게 주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비슷하다. 1995년 외국 농산물들이 우리나라에 자유롭게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농민이 보는 손해를 보상해주기 위해 ‘한국형’ 직불제가 시작됐다.

그렇지만 일반국민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1995년이면 근 30년 전인데 그때는 갑자기 충격이 왔으니 일시적으로 도울 필요가 있었다고 해도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왜?에 대한 답은 농민이 농사를 어떻게 짓는가에 따라 우리와 후손의 삶이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탄소, 환경 그리고 청년이 열쇳말이다.

첫째, 기후위기가 더는 미래형이 아니고 현재형 기후재난으로 매일 우리 삶에 닥쳐오고 있다. 사치품이던 에어컨이 필수품이 된 지 오래됐는데 전기료도 올라 더 숨이 막혀온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농사법을 실제로 시도하는 것은 농민으로서는 힘도, 돈도 더 많이 든다. 저탄소농업에 주는 직불금은 이전에 하던 대로 편하게 농사 짓지 않고 여러모로 신경 쓰이는 새 농사법을 선택함으로써 나의 전기료와 가스료를 줄여주는 농민과 그 혜택을 나누는 것이다.

둘째, 친환경 농산물이 몸에 좋은 줄은 다 알고 있지만 비싸서 또는 진짜일까 싶어 사먹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독일의 농지 중 유기농 면적은 10%를 넘지만 우리는 아직 2%로 거북이걸음이다. 환경에 쌓이는 오염물질은 언젠가 나와 내 자녀의 밥상에 올라온다. 친환경 농산물에 주는 직불금은 그런 면에서는 좋은 환경을 누리기 위한 ‘공구(공동구매)’회비다.

셋째, 많은 젊은이가 도시에서 괜찮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불안과 좌절에 시달리는 가운데 새로운 기회를 찾아 농촌에 눈을 돌리는 청년이 많아지고 있다. 2021년 한 해 귀촌인구 50만명 중 30대 이하가 23만명, 40대까지 포함하면 32만명이나 된다. 직불금은 농사를 짓는 청년들에게는 직접적 소득이 되고, 저탄소·친환경농업에 관심이 있는 청년이 많은 점을 고려하면 직불금의 가치는 더 커진다.

5조원은 큰돈이다. 그러나 보람 있게 쓰인다면 충분히 지불할 가치가 있다. 그 돈이 지구가 고열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우리 식구가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농산물과 오염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그리고 우리 청년들이 신나게 살아가는 터전을 마련해주는 데 도움이 된다면 말이다.

이명헌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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