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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진의 남산공방] 전략무기와 전술무기의 차이

현재 북한은 핵능력을 계속 고도화하는 가운데 전술 핵무기 개발을 공식화하며 다양한 무기 실험을 과시하는 중이다.

이렇게 북한이 많은관심을 두는 전술 핵무기가 역사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세계 최초로 핵무기를 개발했던 미국에서부터였다. 당시 미국에서 전술핵무기가 등장하게 된 원인 중 하나는 과학기술 발전의 관성이었다.

‘맨해튼 프로젝트’로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던 미국의 과학기술자들은 다음 단계로의 기술 발전을 크게 열망하고 있었다.

그들의 열망은 두 가지의 방향성을 지녔는데, 첫 번째는 파괴력의 증가였고 두 번째는 핵탄두의 소형화였다. 파괴력 증가라는 방향성의 결과는 수소폭탄이었고, 소형화의 결론이 전술핵무기 개발이었다. 전술 핵무기에 대한 군의 공식적 요구에 앞서 캘리포니아 공대를 기반으로 과학기술자들이 운영한 ‘비스타 프로젝트’에서 핵무기 소형화의 가능성과 활용 방안을 제시했을 정도였다.

이 같은 과학기술 발전의 관성 이외 전술핵무기 개발의 또 하나의 동력이 있었는데 그것은 미국 군대조직의 이해관계였다. 당시는 핵무기 이외의 무기들은 재래식 무기라고 명명되며 그 위상이 격하됐고, 국방 예산과 정치적 관심은 핵무기에 집중된 시대였다. 그 결과, 미국의 전략 핵무기를 책임지기 위해 창설된 전략공군사령부의 예산과 인력 배정 우선순위가 가장 높아졌다. 이런 현상은 공군과 예산 경쟁을 해야 하는 미국의 육·해군이나 공군 내에서도 전략공군사령부와 경쟁적 위치였던 전술공군사령부도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강력한 동기를 갖도록 만들었다.

실제로 이 같은 미국 군대조직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과학기술자들의 전술핵무기 개발은 크게 환영받았다. 1950년대에 미국 역사에서 일어났던 현상들이 오늘날 북한에서도 재현되었을 가능성은 있다. 북한도 수소폭탄 성공을 선언한 후 전술 핵무기까지 개발하려는 것은 과학기술의 관성과 관련 있을 수 있고, 북한의 핵 전담 군대조직인 전략군이 아니라 해군이 핵 탑재 잠수함을 공개한 것처럼 북한 군대조직들도 핵무기 보유를 원했을 수 있다.

이 같은 독특한 역사적 배경을 지닌 전술 핵무기는 전략 핵무기와 구분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통상 전술 핵무기는 사거리가 짧고 파괴력이 작으며 군사 표적 전용이라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사거리에서나 파괴력에서든 명확하게 전략 무기와 전술 무기를 구분하는 기준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냉전 시절 소련의 중거리 핵미사일이 미국에는 전술 핵무기였지만 중국에는 전략 핵무기로 간주됐듯이 전술 핵무기와 전략 핵무기 구분은 상황 의존적이기 때문에도 그런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미국의 매티스 국방장관은 2018년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사실상 전술 핵무기는 전략 핵무기와 구분할 수 없다고 발언한 바도 있다.

현재 가장 공감할 수 있는 기준은 전략 핵무기 대상의 핵군축 협정에서 제외된 무기들을 전술 핵무기로 분류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술 핵무기는 비전략 핵무기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전술 핵무기가 기능적으로 전투 수행 수단으로 개발됐다는 것도 전략 핵무기와 구별될 수 있는 또 다른 특성이기도 하다.

1950년대부터 미국은 전술 핵무기를 유럽과 한반도에 배치했는데 당시 목적은 양적으로 우세한 공산권 재래식 군대와의 전투 수행을 위해서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급박하게 상황이 전개되는 전투에서 때를 놓치지 않고 적기에 핵무기가 사용되기 위해서는 전투를 지휘하는 군 지휘관에게 핵무기 사용권한이 위임돼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통상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직접 사용권한을 갖는 전략 핵무기와 달리 전술 핵무기 사용권한은 군 지휘관들에게 위임될 여지가 크고, 그 때문에 전술 핵무기의 사용 가능성은 전략 핵무기에 비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경우에도 전술 핵무기 보유 목적이 전투 수행에 있다면 핵무기 사용권한이 군 지휘관에게 위임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난해 발표된 북한의 핵무력 법령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 정책에 관하여’에서는 위험에 처할 경우 핵타격을 자동적으로 즉시에 단행한다는 조항이 있어, 북한은 유사시에 핵무기 사용권한을 위임할 것이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여기서 전술핵무기 사용권한 위임이 갖는 위험성은 핵무기 사용 문턱을 낮추게 된다는 것에 있다. 이러한 위험성은 전술 핵무기를 억제 수단으로 활용할 때도 여전히 존재한다.

실례로 파키스탄은 전범위 억제라는 명칭 아래 핵무기 사용권한을 군 지휘관들에게 위임했다고 공표하며,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키웠다.

따라서 북한의 전술 핵무기 개발의 결과는 한반도에서의 핵 사용 가능성 상승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우선으로 할 일은 최근 ‘워싱턴 선언’ 덕분에 기회가 열린 미국의 핵전력과 한반도 재래식 전력의 통합(Conventional Nuclear Integration, CNI)을 가속화해 핵 상황에서 군사력의 생존성과 효용성을 증대시키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김광진 숙명여대 석좌교수 (전 공군대학 총장)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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