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중국 경제, 생명력·행운 잡을 수 있나 [상진 웨이의 view on Asia and the World Economy]

이 기사는 해외 석학 기고글 플랫폼 '헤럴드 인사이트 컬렉션'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춘절(春節) 연휴 기간인 지난 16일 빈저우시 선우네버나잇시티를 찾은 관광객들이 걷고 있다. 연휴 동안 중국 전역의 국내 여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3% 증가했다고 한다.

중국 경제, 생명력·행운 잡을 수 있나

용의 해를 맞이하는 10일 간의 연휴가 끝나는 2월 19일 중국 주식시장이 다시 개장함에 따라 투자자들은 중국 당국이 강력한 시장 지원 조치를 취할 것인지 관심이 많을 것이다. 2022년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 수준을 하향 조정했던 중국 실물 경제는 지난 호랑이 해(2023년 1월 22일~2024년 2월 9일)에도 많은 투자은행 경제분석가들이 예측했던 대로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며 공식적으로는 5.2%의 GDP 성장을 기록했다. 또, 작년 미국 증시가 호황을 누리며 24%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동안, 중국 증시는 우량 지수인 CSI마저 -11%라는 우울한 수익률을 기록하며 상황이 더 안 좋았다. 이제 생명력, 회복력, 행운을 상징하는 용의 해가 도래한 만큼 중국 경제가 이런 용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중국 경제의 최근 성과를 글로벌 관점에서 살펴보자. 지난 12개월 동안 세계 경제는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줬다. 특히, 미국은 소비자물가지수(CPI) 인플레이션을 8%에서 3%로 낮추기 위한 여러 번의 금리 인상에도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경기 침체를 피해갔다. 이는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이러한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물가 수준은 여전히 높지만 물가상승률 자체는 둔화) 정책은 보통 경기 침체를 포함해 훨씬 더 부진한 성장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의 회복력은 미국이 가진 네 가지 행운을 반영한다. 첫째, 미국 사회는 여전히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신뢰한다. 1년 전 미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2%까지 낮추겠다고 발표했을 때 대부분의 기업 임원과 노동계 지도자 및 기타 시장 참여자들이 연준을 믿었고, 덕분에 비교적 덜 고통스럽게 조정을 실행할 수 있었다. 둘째,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석유, 가스, 무기를 수입해야 하는 국가에게는 대단히 부정적인 쇼크이지만, 에너지 주요 순 수출국이자 세계 최대 무기 수출국인 미국 경제에는 사실 이득이다. 셋째,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미국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AI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기술 혁명의 물결은 미국 주식시장을 크게 끌어올렸고, 이러한 미국 주가 지수의 상승은 부의 효과(또는 자산 효과)를 통해 다시 미국 가계의 소비 수요를 끌어올렸다. 넷째, 미국으로 밀려드는 합법 및 불법 이민자들은 현직 미국 대통령에게는 단기적인 정치적 문제일 수 있지만 사실상 미국 노동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이는 단기적으로는 임금 상승을 완화하고 향후에는 미국 경제가 이로운 결실을 맺게 해줄 것이다.

중국에는 이러한 행운이 대부분 없었기 때문에 1년 전 사람들의 기대와 비교했을 때, 현재 세계 양대 경제대국의 경제적 성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실제로 이러한 비교는 미국이 중국 경제와 사실상 디커플링하는 데 드는 경제적 비용을 견딜 수 있을 거라는 낙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또한, 미국과 대비되는 상황 및 지속적인 지정학적 압력으로 인해 중국 경제와 증시에 대한 비관적인 논평들이 나오게 됐다.

인도와 베트남 등의 일부 기타 신흥국들도 상황 대비 인상적인 경제적 성과를 달성했다. 이 국가들은 2024년에 대해 충분히 낙관적인 전망을 할 수 있긴 하지만, 우리는 2024년에도 계속해서 중국이 글로벌 GDP 성장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는 중국 경제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놀라울 수 있다. 이에 대한 논리는 아래에서 명확하게 설명이 될 것이다. 물론 중국이 2024년에 최대 잠재력을 완전히 다 실현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40년 동안 중국의 놀랍도록 성공적인 성장 모델의 두 축이었던 유의미한 개혁과 경제 개방에 대한 재확인이 있어야만 중국은 잃어버린 추진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GDP 성장에 대한 한 국가의 상대적 기여도는 그 국가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 국가의 상대적 경제 성장률에 의해 결정된다. 구매력평가지수(PPP) 기준, 2023년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8%, 미국은 15.2%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4년에 중국 경제가 4.6%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경제에 대한 성장률 전망보다 두 배 이상 높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경기 둔화에도 글로벌 GDP 성장에 미국보다 훨씬 더 많은 기여를 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일본 경제는 25년 간의 경기 침체를 겪은 후 이제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0년 넘게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던 디플레이션의 덫에서 마침내 탈출한 일본은 2024년 1%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일본은 중국과 미국에 비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고 성장률도 낮기 때문에 글로벌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바가 제한적일 것이다.

한편, 영국과 유럽연합(EU)에 대한 전망은 암울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예상을 깨고 갑자기 단기간에 해결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유럽 경제에 대한 최선의 시나리오는 글로벌 성장을 방해하지만 않는 것이다.

올해 7% 성장이 예상되는 인도는 유일하게 중국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주요 경제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지정학적 상황이 인도에 유리하게 전개돼 인도는 값싼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는 등 중국이었다면 제재를 피하는 게 불가능했을 행동을 하고도 제재를 받지 않은 채 세계 무대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유리한 상황에 나렌드라 모디 정부의 국내 개혁이 더해져 외국인 직접 투자도 급격하게 늘어났다. 그러나 인도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중국의 절반도 되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 성장에 대한 인도의 기여도 역시 중국보다 작을 것이다.

인도와 마찬가지로 베트남, 탄자니아, 가이아나, 감비아, 에티오피아, 지부티, 코트디부아르, 부르키나파소와 같은 개발도상국들도 2024년에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국가들은 모두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다.

중국 동부 장시성 난창 국제 내륙항에서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들어올리고 있다.

이렇게 중국은 2024년에도 여전히 글로벌 GDP 성장에 가장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의 성장 잠재력(필자는 약 5.1%로 추정)에 비해서는 성과가 저조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의 수입 증가율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중국의 성장이 다른 국가에 미치는 긍정적인 파급 효과 또한 약해질 것이다.

중국이 직면한 중요한 중기적 문제 중 하나는 인력 감소다. 생산성이 꾸준하게 증가하더라도, 이러한 인구통계학적 변화는 GDP 성장에 하방 압력을 가할 것이다. 또한, 중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예상보다 부진한 가계 지출 및 민간 투자를 고려했을 때,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경기 호황이 다시 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현재 중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부채-디플레이션의 덫에 빠지는 것이다. 디플레이션은 기존 부채의 실질 가치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은행은 기업과 지방 정부에 대출 제공하기를 점점 꺼리게 될 수 있다. 빚을 진 가계와 기업이 지출을 줄임에 따라, 부채와 디플레이션의 유독한 결합은 투자 감소와 수요 감소라는 악순환을 촉발할 수 있다.

중국 통화당국이 확장적 통화정책 채택을 꺼리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 인민은행과 중국의 은행 규제당국이 대출 활성화를 위해 대출 규모에 대한 핵심성과지표를 설정했지만, 중국의 국유 상업은행들은 종종 민간기업만큼 긴급한 자금 조달의 필요가 없는 생산성 낮은 국유기업에 대출을 제공하여 이 목표를 채우곤 한다.

실제로 국유기업들은 시중 은행의 자산관리상품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는다. 그 후 이 자금을 생산적인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대신 국유기업들은 종종 더 높은 이자를 주는 상품에 재예치하고, 은행은 다시 이 자금을 동일한 국유기업에 대출해 준다. 이 과정에서 은행이 보고하는 대출과 예금 금액이 늘어나 통화 정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지만, 사실 이러한 관행은 생산성 증대, 고용 창출 및 세수 증대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의 정책입안자들은 부채-디플레이션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 시급히 경제에 더 많은 유동성을 투입해야 한다. 그러나 대출 채널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국유은행들을 개혁해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인위적인 자금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수익성에 중점을 두고 가장 생산적인 기업에 대출을 해주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중국이 이 중요한 개혁을 조만간 착수할 가능성은 낮다.

단기적으로 쓸 수 있는 대안적인 정책 패키지가 존재하긴 한다. 바로 공격적인 재정 정책과 정부 부채의 화폐화를 병행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3단계 계획이 필요하다. 1단계, 재정 정책은 저소득층 주택 건설, 공공 인프라 개선 및 지방과 중앙 정부기관이 민간 기업에 지고 있는 부채를 청산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2단계, 이에 필요한 지출은 신규 장기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다. 마지막 단계로 인민은행은 이 채권을 구매해 만기까지 또는 적어도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돌아올 때까지 보유한다.

단기적으로 확장적 통화정책을 쓰고 중기적으로 구조적인 정책 개혁을 추진한다면 중국 경제는 최대 성장 잠재력에 가까워질 수 있고, 그 결과 강해진 펀더멘털은 주식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것만큼이나 중국 증시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웨이 상진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경영대학원 중국 비즈니스 경제학 교수

헤럴드 인사이트 컬렉션 (Herald Insight Collection)
'헤럴드 인사이트 컬렉션(HIC·Herald Insight Collection)'은 헤럴드가 여러분에게 제공하는 ‘지혜의 보고(寶庫)’입니다.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 배리 아이켄그린 미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교수 등 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 뿐 아니라, 양자역학·인공지능(AI), 지정학, 인구 절벽 문제, 환경, 동아시아 등의 주요 이슈에 대한 프리미엄 콘텐츠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칼럼 영어 원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This article was published on Herald biz website. Please visit 'Herald Insight Collection' and read more articles.
헤럴드경제 홈페이지의 상단 '해외 석학 칼럼'에서 확인하세요.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