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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진의 남산공방] 2년의 전쟁, 원인과 대비

지금으로부터 2년 전, 2022년 2월 24일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올해로 3년차로 접어들었다. 당시에는 러시아가 득보다 실이 많은 전쟁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설사 전쟁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해를 넘길 정도로 긴 전쟁이 될 것이란 예측도 드물었다.

다수의 예상과 달리 전쟁은 일어났고, 만 2년을 넘기며 지속되고 있다. 그만큼 전쟁의 발발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오늘날 우리 시대는 우크라이나 전쟁 뿐 아니라 작년 10월부터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직면하고 있어, 전쟁의 시대라는 표현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이와 같은 전쟁은 왜 발발하는 것일까. 그리고 전쟁 발발은 예측할 수 있는 것인가. 이런 질문들은 국제정치학에서 오랫동안 천착해왔던 연구 주제이기도 하다. 국제정치학에서는 국제체제, 국가의 성격, 국가 간의 관계 등 여러 수준 속에서, 전쟁 발발을 설명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그 결과 다양한 전쟁 발발 이론들이 제시되었고, 우크라이나 전쟁 원인 설명에 적용되기도 한다. 그 중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지리적으로 근접해 있고, 그로 인한 영토 갈등이 전쟁 가능성을 높게 만든다는 설명도 있다.

실제로 2022년 전쟁 발발 전까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크림 반도 합병부터 돈바스 지역 내전까지 영토 분쟁이라 할만한 사건들에 직면해 있었다. 우선 군사력 증강으로 인한 군비경쟁이 시작되고 있었다. 실제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지원 속에 군사력 증강을 해왔다. 우크라이나의 민주화를 영향으로 보는 설명도 있는데, 우크라이나의 경우 유로마이단 혁명 이후 급격한 민주화의 길을 걷는 중이었다. 물론 러시아의 정치 체제 역시 유사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도 분명하다.

이와 같은 전쟁 발발에 대한 설명은 국제정치학 뿐 아니라, 외교사 연구에서도 찾을 수 있다. 외교사 연구에 기여한 헨리 키신저는 우크라이나 전쟁 원인에 적용할만한 의견을 내세운 바 있다. 키신저는 국가들이 서로의 관계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없거나, 균형자 역할을 하는 국가가 없고, 국가들의 진영 결속이 너무 강할 경우, 전쟁을 피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런 관점에서는 우크라이나가 NATO 가입에만 열중해 왔으며, 전세계가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진영으로 갈라져 있는 그 사이에 유력한 균형자가 될 국가가 없다는 현상이 두드러져 보인다.

그런데 국제정치학과 외교사 연구의 설명력에도 한계는 있어 보인다. 우선 대부분의 설명이 전쟁 발발 사례에 집중하여, 역사적으로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수많은 사례들을 도외시하는 것은 방법론적 문제가 될 수 있다. 더구나 대부분의 연구들이 역사적으로 시간과 공간을 포괄하는 보편적 설명을 찾고 있는데, 이런 태도가 오늘날 시점의 특수성을 잘 반영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단적인 예로 ‘핵무기 출현 이후 전쟁 양상에 변화가 있다’고 하는데, 핵무기 이전과 이후 시대를 모두 포괄하는 보편적 설명이 여전히 유효할 것인지라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핵무기 뿐 아니라 과학기술의 가속적 변화로 인한 새로운 무기체계와 전쟁 시스템의 등장으로도 비슷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또한 국제정치학과 외교사 연구에서 설명의 대상인 전쟁 그 자체도 다양한 형태라는 것이 문제일 수 있다.

오늘날 우크라이나 전쟁은 주권 국가들 간 대칭적 정규전이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이와 달리 비국가 단체가 개입된 다른 형태의 전쟁이다.

이런 형태의 전쟁은 인류의 역사에서 비정규전·내전·식민지 전쟁·게릴라전·테러 등 다양한 명칭으로 표현되며, 주권 국가 간 정규전과 구별되는 연구 대상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그리고 20세기 후반부터 이런 비정규전 형태의 전쟁 사례가 더 많아졌다는 추세도 있다. 이렇듯 전쟁의 발발을 설명하거나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오늘날 우리가 지닌 전쟁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탓일 수도 있고, 아니면 우리의 지식 축적보다 전쟁이 더 빨리 변모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는 오늘날 안보 현실을 판단하고 대비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럴 때는 우선 최근의 연구 결과라 할지라도 불완전한 지식에 기반하고 있을 것이며, 국방력 건설을 위한 미래 예측이라는 것도 한계가 있는 지식에 의존하고 있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물론 최신 연구 분석 트렌드를 반영하여 국방의 미래를 예측하려는 노력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동시에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될 예측의 어려움으로 인한 오류에도 대비해야 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국방력에서 빠르게 오류를 식별하고, 그 오류 속에서 빠르게 학습하고 반응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 역시 중요하다. 전쟁을 대비하면서 선명한 미래와 상대의 의도를 상정하는 것은 오랜 역사에서 반복되는 실수 중의 하나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김광진 숙명여대 석좌교수 전 공군대학 총장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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