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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OECD 최하위권 삶의 만족도, 과잉 경쟁사회의 그늘

우리나라 국민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가 다소 개선되긴 했지만 선진국 그룹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견주면 여전히 최하위권을 맴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3’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국민이 느낀 삶의 만족도(0~10점)는 6.5점으로 전년보다 0.2점 높아졌다. 조사가 시작된 2013년 5.7점에서 2018년 6.1점까지 꾸준히 상승하다가 팬데믹이 닥친 2019~2020년 6점으로 둔화한 뒤 다시 상승하는 모양새다. 코로나19 사슬에서 풀려나면서 사회적 고립도가 낮아지고 고용 훈풍으로 소득만족도가 증가한 영향이다.

코로나19 대재앙이 사그라진 기저효과로 지표상의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 듯 보이나 착시 효과를 걷어내면 우리 국민의 행복도는 OECD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엔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의 ‘2023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2년 한국 국민의 삶의 만족도는 5.95점으로 OECD 회원국 38개국 중 35위였다.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튀르키예(4.6점), 콜롬비아(5.6점), 그리스(5.9점) 정도였다.

세계 10대 경제강국 반열에 올라있는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가 이처럼 선진국 그룹과 큰 격차를 보이는 것은 숨막히는 경쟁 사회라는 구조적 요인 탓이 크다. ‘초등생 의대준비반’이 생겨날 정도의 사교육 열풍,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몰리는 편중과 그에 따른 집값 폭등, 결혼기피와 저출산, 정규직·비정규직간 노동 이중 구조 등이 승자독식 사회의 그늘이다. OECD 꼴찌 수준인 노인 빈곤율도 따지고 보면 자녀 경쟁력에 올인하는 부모 세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연령대별 삶의 질과 영역별 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면 삶의 역량(교육·건강·여가), 사회적 삶(대인관계·가족관계), 물질적 삶(소득·소비·근로여건) 등 모든 영역에서 청소년, 청년, 중장년, 노년 순으로 만족도가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행복도가 높은 선진국의 공통된 특징은 높은 신뢰다. “힘들 때 의지할 존재가 있다”고 답한 사회일수록 견고한 행복을 유지했다. 코로나19 뿐 아니라 자연재해, 금융위기 때도 서로에 대한 신뢰가 높은 사회의 경우 행복은 흔들리지 않았다. 2023 세계행복보고서에서 1위에 오른 핀란드는 정부 지지율이 65%로 OECD 국가들 평균 45%를 크게 웃돈다.

국가와 공공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사회에서는 정글 같은 각자도생의 각박한 현실이 펼쳐진다. 서로 물고 뜯는 사회가 행복할 리 없다. 결국 관건은 정치다. 국민 삶의 질 높이기에 유능한 정당이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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