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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운드리는 과잉, HBM은 협공” 한치 앞 모를 AI전쟁 삼성 ‘셈법복잡’ [김민지의 칩만사!]
삼성, 美테일러 공장 2026년으로 가동 연기
공급 과잉 전망에 투자 속도 조절
HBM ‘TSMC-SK하이닉스’ 협력 강화
삼성 12단 제품으로 HBM 주도권
치열해지는 AI 반도체 전쟁 전개 주목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 내년 초 대량양산 예정이었지만 2026년 양산으로 가동 목표 시기가 연기됐다 [삼성전자반도체 페이스북]
‘칩(Chip)만사(萬事)’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 15일 미국으로부터 약 9조원에 해당하는 반도체 생산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확정되면서, 파운드리 주요 기업을 향한 미국의 보조금 책정이 일단락됐습니다. 이번 발표와 함께 주목된 건 원래 올해 목표였던 삼성전자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의 가동 시기가 2026년으로 늦춰졌다는 겁니다. ‘AI 반도체 전쟁’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전개되고 이에따른 과잉 경쟁으로,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메모리 분야에서는 AI 반도체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엔비디아와 이를 고객사로 두고 있는 TSMC-SK하이닉스의 파트너십도 공고화되는 모양새입니다.

삼성으로서는 ‘파운드리는 공급과잉 우려, HBM은 경쟁사의 협공’으로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AI 반도체 전쟁에서 삼성이 이를 극복하고 HBM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오늘 칩만사에서 알아보겠습니다.

“파운드리 공급 과잉 2~3년 뒤 올 수도”…투자 조절 ‘신중’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10월 테일러 공장 투자를 발표한 후부터 양산 시작 시점을 2024년 연말이라고 강조해왔습니다. 실제로 테일러 공장은 올 초 ‘삼성(SAMSUNG)’이라고 적힌 현판을 다는 등 연내 가동이 가능할 정도로 건설이 진행돼왔는데요, 공개된 현장 사진들을 봐도 외관 건물은 거의 다 지어진 상태입니다.

[삼성전자반도체 페이스북]

그러나 결과적으로 양산이 시작되는 시점은 1년 이상 연기됐습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삼성전자에 대한 반도체생산보조금을 발표했습니다. 이날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테일러 1공장에서 2026년부터 반도체 양산이 시작될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테일러 공장의 양산 계획 연기는 파운드리 업황과 관련이 있습니다. 삼성을 포함해 파운드리 ‘빅3’로 불리는 TSMC와 인텔 모두 현재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대거 짓고 있는데요.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최대 6개의 공장을 지을 예정입니다. 일본 구마모토에도 수 조원을 투자해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입니다.

인텔도 공격적입니다. 미국 애리조나주를 비롯해 뉴멕시코주, 오하이오주, 오리건주 등에 생산거점을 짓고 있고 유럽과 이스라엘에도 파운드리 시설을 건설할 계획입니다.

이처럼 어마어마한 숫자의 공장들이 내년이나 내후년 가동을 시작하면, 파운드리 시장에 공급 과잉이 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삼성전자 제공]

삼성은 국내 파운드리 라인 투자도 속도 조절에 나선 바 있습니다. 평택캠퍼스에 건설 중인 반도체 4공장의 파운드리 시설 라인 대신 메모리 라인을 선행 시공하기로 변경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초격차’ 기술력을 앞세운 첨단 공정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계획입니다. 미국 테일러 공장을 4나노와 2나노 라인으로 구축할 계획입니다. 기존에 14~65나노 공정 기반 제품을 양산하고 있던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은 업그레이드해 보다 첨단 공정 양산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AI 메모리 HBM 경쟁사 협공속…삼성 12단 제품으로 HBM 주도권

SK하이닉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HBM 시장에서도 고민이 큽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9일 차세대 HBM 개발에서 TSMC와 협력하기로 했다고 공표했습니다. 6세대 HBM 제품의 전력 효율과 성능을 높이기 위해 TSMC의 파운드리 공정 기술을 활용해 베이직 다이를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TSMC와 손을 잡기는 힘듭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만 양산하기 때문에 TSMC와 경쟁관계가 아니지만,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그리고 시스템LSI까지 모두 하고 있는 IDM(종합반도체 기업)이기 때문에 TSMC와 사업 영역이 겹치기 때문입니다.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 전시된 삼성전자 12단 HBM3E 제품에 젠슨 황 CEO가 사인 남긴 모습. [헤럴드DB]

삼성전자는 12단 제품으로 HBM 시장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방침입니다. 지난 2월 업계 최대 용량인 HBM3E 12단 개발에 성공했는데, 엔비디아가 삼성의 12단 제품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후문이 들립니다. 김경륜 삼성전자 상품기획실 상무는 최근 삼성전자 뉴스룸 인터뷰를 통해 “36GB 용량의 HBM3E 12H(12단 적층)는 현재 시장의 주요 제품인 HBM3 8H보다 2.25배 큰 용량”이라며 “상용화되면 매우 빠른 속도로 주류 시장을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SK하이닉스가 TSMC, 엔비디아와 공고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어 이를 파고들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GPU(엔비디아)-파운드리(TSMC)-HBM(SK하이닉스)’ 에서 수위 업체간의 AI 반도체 연합군이 강화되는 모양새 속에, 전통의 반도체 강자인 삼성전자가 어떤 행보를 펼쳐갈 지 주목됩니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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