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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례 없는 미중 재정적자 경쟁, 헛돈 쓸 시간이 없다
2023년 5월 27일 미국 워싱턴에서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R-CA)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의 부채 한도를 높이고 파국 적인 디폴트를 피하기 위한 잠정 합의에 도 달한 후 미국 국회의사당의 모습 [로이터]

세계적으로 공공부채는 2029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99%에 이를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4월 발행한 ‘슈퍼 선거의 해에서의 재정정책(Fiscal Policy in the Great Election Year)’ 보고서의 핵심이다. 공공부문 부채는 중앙·지방정부의 빚을 합한 국가채무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와 비금융 공기업 부채까지 보태 계산한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게 투표하는 2024년은 슈퍼 선거의 해다. 선심성 정책 남발로 위기 이전 수준으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게 어렵다는 이야기다. IMF는 각국의 재정안정성(fiscal consolidation) 강화 노력으로 2024년 세계 평균 기초재정수지 적자가 GDP의 4.9%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기초재정수지란 세입에서 국채발행액 등 정부 차입을 제외하고, 세출에서는 기존국가채무에 대한 원금과 이자 상환액을 제외한 개념이다. 이를 통해 정부가 한 해에 사회보장이나 공공사업 등의 정책경비를 얼마만큼 세수로 충당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IMF는 보고서에서 현재의 재정정책으로는 공공 부채 비율이 역사적 고점을 넘어 계속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일침을 가하고 있다. 고령화로 대별되는 인구학적 요인과 기후 변화를 위한 그린 혁명으로 재정지출은 구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높은 금리와 느린 성장으로 대부분 국가가 재정 여유의 제한이란 상황과 마주하고 있다. 아래에서는 핵심 포인트를 사례로 곁들여 재해석하고 분석해보기로 한다.

미국 금리 전망과 전쟁 여파로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해졌다. 대표적으로 국채 금리가 불안하고 환율이 상승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상승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증가했고 시중 대출 금리와 우리네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세계는 이런 이자율 변동의 파급효과(interest rate spillovers)에 주목한다. 미국 장기 금리 변동성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이외 지역의 금리를 높여 금융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 많은 국가에서 채무 재조달 위험(refinance risk)은 여전히 높다. 전쟁과 미중 갈등으로 각국 정부는 새로운 유형의 공급망 차질이나 물가 충격에 봉착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정부가 재정지원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작용한다.

미국- 재정 방만은 금리인하를 제약하는 요인

IMF는 인플레이션이 완화하고 있지만, 각국이 2% 물가 목표에 이르는 막바지 하강 속도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한다. 그래서였나? 제롬 파월 연방준비위원회(연준, Fed) 의장은 기준금리 인하가 당장은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금리 인하를 위해서는 물가인상 목표인 2%를 향해 물가가 안정적으로 내려간다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연준은 지난해 7월 이후 기준금리를 23년래 가장 높은 5.25%~5.5%를 유지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올해 미국 금리 인하를 전망한다. 미국이 금리인하를 해야 숨통이 트이겠지만 재정정책 상황과 우호적이지 않은 인플레이션 전망을 고려할 때 당장은 녹록하지 않다. 그간 미국은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실시해왔다. 그 결과 장기 국채 금리가 올랐고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이러한 현상을 초래하는 요인에 통화정책만 있는 게 아니다. 미국의 느슨한 재정정책과 높은 부채 수준도 한몫했다. IMF는 4월 ‘재정 모니터’ 보고서에서 미국의 재정적자가 내년에는 GDP 대비 7.1%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주요 선진국 평균치인 2%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올해 미국 재정적자 규모를 1.4조 달러로 예상한다. 이 상황에서 내년도 8.9조 달러의 정부발행 채권이 만기 도래한다니 놀랄만하다. 현재 연준은 매달 600억 달러 수준의 국채를 매각하고 있다. 시장은 이러한 양적 긴축(QT) 규모가 언제 줄어들 지 주목해왔다. 연준은 2022년 4월 약 9조 달러로 정점을 찍은 대차대조표의 총자산 수준을 현재 7조 5000억 달러 이하로 줄였다. 연준이 QT 규모를 축소하면 재무부가 채권발행을 줄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1월 미국 재무부는 늘어나는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2-4월간 사상 최대 규모의 국채 경매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5월 이후 발행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장기물 국채금리가 다시 튈 우려를 고려해 장기물보다 단기물 발행을 늘리기로 했지만 4월 장기 금리도 급격히 상승했다. 재무부는 4월말까지 2년물, 3년물, 5년물, 7년물의 입찰 규모가 각각 90억 달러, 60억 달러, 90억 달러, 30억 달러씩 늘어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채 입찰 계획에서 10년물과 30년물은 60억달러, 30억달러 증가할 계획이었다. 예상 차입수요를 고려해 5월 이후 몇 분기는 국채 입찰 규모를 더 늘리지 않을 거라며 국채발행 속도조절에 나설 계획이었다. 높은 국채 금리를 고려할 때 그나마 다행이다. QT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고 만기가 도래하는 국채 양을 감안하면 누군가 내년에도 미 국채를 최소 10조 달러 이상(600억x12 + 8.9조) 사야한다. 이 천문학적인 수준을 세계가 언제까지 감당해야 하나?

최근 발표한 미국 1분기 성장률은 예상치를 밑돌아 연율 1.6%(속보치)를 기록했다. 그동안 미국 노동시장은 활발했고 물가 상승세도 좀처럼 꺾일 기미가 안 보였는데 이제 일부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내놓고 있다. 그간 연준이 돈줄을 바짝 조이는 데도 미국 경제는 위축될 줄 모르고 있었다. 시장에서는 ‘미국 경제의 미스테리’ 가운데 주범을 거대한 재정적자로 지목한다. 이는 시장 예상보다 인플레이션이 오래 지속되도록 하는 거대한 구조적 요인이다. 과거 1990년대에 미국은 재정흑자를 냈다. 지출보다 조세 수입이 많은 시절이었다. 그런 시대는 저물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구조적 차원의 슈퍼 재정적자 시대의 폭풍이 오고 있다면 과장일까? 이러한 상황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가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더라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중국 - 신흥국 재정적자 평균치 2배 이상

다음으로 중국 경제의 상황이 여전히 녹록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간 중국의 성장 둔화와 금융 불안이 세계 경제 성장과 교역에 부담을 주었다. 중국과 무역이나 투자에 있어서 강한 연결고리를 갖는 국가의 재정 상황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야기했다. 중국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5.3%를 기록했다. 중국 안팎의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돈다. 문제는 소매판매와 수출입을 비롯해 3월 경기 지표가 부진했다는 점이다. 3월 수출입 총액은 지난해 3월 대비 1.3% 줄었다. 3월 수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3.8% 감소했다. IMF는 중국 재정 적자 역시 위험하다는 입장이다. 내년 중국 정부 재정적자는 GDP 대비 7.6%로 다른 신흥국 평균치 3.7%의 2배를 웃돌 전망이다. 왜 그럴까? 부동산 위기와 내수 둔화로 세수가 크게 줄었지만 재정지출 확대는 경기 부양을 위해 불가피한 상황이다. 2010년대 중국 경제 호황은 성장에 대한 높은 기대와 부동산과 인프라 시장의 호황을 달성한다는 믿음에서 왔다. 이런 경제 성장 모델은 이제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 중국이 이런 경제발전 모델에서 다시 균형을 잡는 과정에서 경제의 변동성과 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저소득국 부채 증가에는 중국의 원조와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정책이 크게 기여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그간 저소득 국가를 대상으로 한 중국의 공적 자금 지원은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은 대표적으로 중국이 일대일로(一對一路) 정책으로 이들 국가를 빚더미에 허덕이게 하며 중국 정부의 압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고 비난해 왔다. 중국은 이런 주장을 거부하며 일부 서방 국가가 중국의 이미지를 훼손하기 위해 분위기를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일대일로는 중국의 장기 국가 발전전략 구상 중의 하나다. 중국 서부~중앙아시아~러시아~유럽을 잇는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중국 남부~동남아시아~중동~아프리카~유럽을 연결하는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를 건설하는 원조 정책을 말한다.

혁신 친화적 재정정책의 혼합(Policy Mix)이 해법

이러한 상황에서는 세계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나. IMF는 혁신 친화적 재정정책의 혼합(A Pro-Innovation Fiscal Policy Mix) 운용을 주장한다. 과학기술분야 기초연구사업 지원 강화, 혁신 스타트업을 위한 연구개발(R&D) 확충, R&D 관련 세제 유인 확대, 혁신 분야 고급 인력 양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재정의 혁신 생태계 조성이 재정건전성과 경제성장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효율적인 민관(民官) 협동 사업 증대와 구조개혁의 중요성도 역설한다. 경쟁정책과 교역에 있어서의 더 나은 정책으로 재정 안정성 확보와 세계 경제 성장을 견인해야 한다는 견해도 곁들인다. 1달러를 투입해 3-4달러를 장기적으로 산출하도록 재정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IMF의 메시지는 강렬하다. 이런 주장은 매년 0.5%포인트 경제성장률을 증가하도록 R&D 사업을 제대로 설계할 필요성을 담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의 재정정책이 얼마나 비용 효율적인지를 반문해 본다. 급격한 인플레이션에 금리 인상이 더해져 재정적자에 따른 이자 비용부담이 전 세계적으로 눈덩이처럼 불었다. IMF는 미국, 중국, 영국, 이탈리아 등 4개국에 경고했다. 이들 국가야말로 재정지출과 세수사이에 근본적인 불균형이 발생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 교정이 절실하다고 일갈했다. IMF 주장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든다. 잠재성장률을 증진할 수 있는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중요하다. 민간 활력을 높이는 단기적으로 임팩트가 강하고(Strong), 중장기적 시야를 갖고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지속가능한(Sustainable)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지역 간 균형 있는(Balanced) 발전 모델과 사회통합과 저소득층을 배려하기 포용적(Inclusive)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어려운 대내외 여건 하에서 성장, 고용, 분배 지표를 고루 생각하며 임팩트 있는 다양한 재정 정책 조합은 필수이다. 추경이나 전 국민 민생지원금 지급은 물가가 높은 상황에서 득보다 실이 더 크다고 하겠다.

bon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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