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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얘도 푸아오처럼 울어줄꺼야?” 오랑우탄까지 선물한다니…멸종 위기[지구, 뭐래?]
[게티이미지뱅크, 연합]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판다가 가니, 이번엔 오랑우탄이다.”

말 그대로다. 또 다른 멸종위기종이 이젠 국내로 들어올 수 있다. ‘멸종위기종 선물 외교’ 2탄인 셈이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중국의 ‘판다 외교’처럼 팜유 수입국을 상대로 ‘오랑우탄 외교’를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말레이시아로부터 막대한 양의 팜유를 수입하고 있다. 당연히 우리나라는 말레이시아가 알뜰하게 오랑우탄 선물을 챙겨줄 고객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푸바오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으니, 이제 우린 또 오랑우탄을 푸바오처럼 사랑하고, 헤어짐에 오열하게 될까. 그 과정에서 과연 우린 푸바오의, 오랑우탄의 신세를 진정 공감하고 있을까.

멸종위기종을 마치 물건처럼 주고받는 게 인간의 권리처럼 여겨진다. 인간이 푸바오, 판다를 너무 좋아한 게, 오히려 오랑우탄엔 재앙이 됐을지 모르겠다.

푸바오를 환송하고자 빗속에도 에버랜드에 60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연합]

최근 조하리 압둘 가니 말레이시아 장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세계 각국을 상대로 ‘판다 외교’에 성공한 중국처럼 ‘오랑우탄 외교’를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식이나 시점 등은 밝히지 않았지만, 이와 관련, 외신들은 세계적인 팜유 수출국인 말레이시아가 팜유 수입국을 상대로 오랑우탄 외교를 펼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팜유는 가공식품, 화장품, 샴푸 등에 주로 쓰인다. 최근엔 팜유를 활용한 바이오디젤이나 바이오중유가 친환경 에너지란 이유로 팜유 수요도 급증세다.

말레이시아는 인도네시아에 이은 세계 팜유 생산 2위 국가다. 그리고 한국도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말레이시아산 팜유를 대거 수입하고 있다. 2021년 기준으로 수입 팜유의 40% 가량이 말레이시아산이었고, 특히 식품용 팜유는 대부분이 말레이시아산이다. 말레이시아가 팜유 수입국을 상대로 ‘오랑우탄 외교’를 실시한다면, 우리나라도 오랑우탄 선물을 받을 게 유력한 이유다.

이 소식에 세계는 비판 목소리가 높다. 우선, 오랑우탄이 멸종위기종이란 데에 있다. ‘오랑우탄(orang hutan·숲에 사는 사람)’은 어원 자체에 숲이 담겨 있다. 오랑우탄이 멸종위기종이 된 건 보금자리인 숲이 급속도로 파괴되면서다. 이젠 말레이시아를 비롯, 인도네시아 등 일부 지역에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티이미지뱅크]

오랑우탄은 숲이 없인 생존이 불가능한 동물로,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오랑우탄을 ‘심각한 위기종’이라고 평가한다. 그야말로 이젠 절멸하기 직전이란 의미다.

그런 오랑우탄을 외교적 수단으로 활용, 숲이 아닌 타국으로 선물 보내겠다는 데에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팜유 수입국을 대상으로 하는 데에 더 큰 비판이 나온다. 오랑우탄이 멸종위기에 직면한 주된 이유가 팜유 개간에 따른 산림파괴였기 때문이다.

[헤럴드DB]

과거 대규모 팜유 농장을 조성하고자 일부러 산림에 불을 내는 일까지 벌어졌었다. 산림 다양성을 없애고 그 자리에 팜유만 심기 때문에, 오랑우탄은 물론, 수많은 동식물이 보금자리를 잃게 됐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이와 관련, “오랑우탄을 다른 나라로 보내는 게 아니라 자연 서식지를 보호하는 데에 신경 써야 한다”고 비판했다.

‘말레이시아 야생동물 정의(Justice for Wildlife Malaysia)’도 “해당 계획에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고 말레이시아 정부가 대안적인 외교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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